토스 슈퍼앱 속 뱅크·증권 충돌…내부 경쟁 우려 확산
입력 2025.07.21 07:00
    슈퍼앱 내 뱅크·증권 사업 겹치며 내부 경쟁 본격화
    환전·달러송금 두고 기능 차단…계열사 마찰 노골화
    토스뱅크 펀드 진출 예고…WM 시장서 증권과 충돌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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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비바리퍼블리카(토스)를 키운 슈퍼앱 전략의 이면에선 토스뱅크와 토스증권 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협업을 표방한 통합 플랫폼 안에서 두 계열사가 사업 영역을 넘나들며 맞부딪히는 양상이다.

      토스의 슈퍼앱 전략은 2015년 간편송금 서비스로 시작해 은행·증권·보험·통신·결제 등 금융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장하며 월간활성이용자(MAU) 1900만명을 확보한 성공 방정식이었다. 하나의 앱에서 100개가 넘는 기능을 통합한 '슈퍼앱'을 앞세워, 금융 전반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나 규모가 커지면서 계열사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시작했다. 특히 뱅크와 증권의 사업이 겹치며 내부 경쟁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다. 내부 경쟁이 성장의 연료가 될 수 있지만, '제살 깎아먹기'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표적 사례는 환전 수수료 무료화다. 지난해 1월 토스뱅크는 외화 통장과 함께 '평생 환전 수수료 무료’를 내세웠다. 사전 조율 없는 파격 정책에 토스증권이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환전 수수료는 증권업계의 안정적 수익원으로, 시장 규모만 20조원에 달한다.

      토스증권도 대응에 나섰다. 같은 해 12월 해외주식 투자자를 겨냥해 외화를 직접 입금할 수 있는 '달러 송금' 기능을 내놨지만, 토스뱅크 외화 통장만 이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같은 앱 안에서 계열사끼리 기능을 차단하며 정면 대응한 셈이다.

      여기에 토스뱅크가 최근 금융위원회에 투자매매업과 투자중개업 등 금융투자업 예비인가를 신청하며 펀드 시장 진출에도 시동을 걸었다. 

      본인가를 받으면 자사 앱에서 펀드 상품을 비대면으로 판매하며 소액 자산관리(WM)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금융투자업 본인가가 나기까지 통상 1~2년이 걸리지만, 금융권에선 카카오뱅크의 사례에 비춰 예비인가 이후 인가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단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토스뱅크가 펀드 판매에 나서면 토스증권과의 사업 중복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두 회사 모두 WM 시장을 노리고 있어 고객 유입 경로와 데이터 확보 경쟁이 불가피하다. 뱅크는 급여통장, 외화통장, 대출 등 은행 거래 기반의 투자 수요를, 증권은 주식 투자 고객을 펀드로 연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같은 앱 안에서 트래픽과 노출 우위를 확보한 계열사가 고객 데이터를 장악하게 되는 셈이다.

      상품 구조도 비슷하다는 평가다. 토스뱅크가 소액·저위험 펀드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해도, 투자 입문 고객을 선점하면 증권의 펀드 수요를 자연스럽게 잠식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뱅크가 대출 이자 할인, 캐시백 등 은행 거래와 연계한 프로모션을 앞세울 경우 증권 입장에선 가격·혜택 경쟁에서도 불리하다. 결국 비이자수익 확대를 노리는 두 계열사가 슈퍼앱 내에서 WM 고객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토스의 투명한 정보 공유 문화가 사라지고, 내부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젠 서비스 출시 직전까지도 계열사끼리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며 "협업보다는 각자 성과를 챙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같은 내부 충돌은 토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에도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형 성장은 빠르지만, 명확한 중장기 수익 모델이 부재한 상황에서 계열사 간 충돌은 기업가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토스뱅크 관계자는 "토스가 원앱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은행과 증권은 업권과 고객의 성격이 달라 경쟁관계가 될 수 없다"라며 "각각의 역할과 고유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토스증권 역시 같은 입장을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