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자본증권 조달 없으면 '완전자본잠식'
전략 부재한데 대주주는 지분법 적용 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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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호텔신라와 HDC의 합작사인 HDC신라면세점이 사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지속하고 있다. 면세업 장기 부진이 이어지자 철수도, 확장도 하지 못한 채 적자를 메우기 위한 자구책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면세사업이 '계륵'으로 전락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호텔신라와 HDC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HDC신라면세점은 신종자본증권 40억원을 조달했다. 만기는 발행일로부터 30년 후인 2055년 7월 15일이며, 콜옵션 조항도 포함됐다. 표면금리는 6.7%로 확정됐다. 이번 발행은 ▲1월 2일 90억원 ▲6월 30일 20억원에 이어 올해에만 세 번째 조달이다.
HDC신라면세점이 신종자본증권 시장을 두드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면세 사업 부진으로 결손금이 늘자 2021년부터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지속하고 있다. ▲2021년 300억원 ▲2023년 565억원 ▲2024년 650억원 ▲2025년 150억원 등의 규모로 사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마쳤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되는 하이브리드채권이다. HDC신라면세점은 결손금이 늘어나기 시작한 지난 2021년부터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이를 자본으로 계상할 경우 재무제표상 추가 기타자본 확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 상황이 지났음에도 중국 따이공(보따리상) 감소와 고환율로 면세점을 찾는 발길이 줄어드는 등 재무상황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HDC신라면세점의 자본총계(144억4642만원)가 자본금(1200억원)보다 적은 부분자본잠식 상황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잔액이 650억원임을 감안했을 때 신종자본증권 조달이 없었다면 사실상 완전자본잠식에 놓이게 된다. 이자비용 등 금융비용도 지난 2023년 기준 101억3828만원에서 2024년 151억3836만원으로 불과 1년 사이 49.31% 급증했다.
HDC신라면세점은 지난 2015년 4월 호텔신라 50%, HDC 50%씩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당시 면세업계 최초의 대기업 합작투자회사로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정부가 15년만에 처음으로 서울 시내 면세점 3곳을 신설하기로 하면서다. 호텔신라의 면세점 운영 노하우와 HDC의 용산역 아이파크몰 부지를 내세워 신규 특허권을 획득했다.
2016년 3월 매장을 연 이후 2017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9년에는 매출액 7694억원, 영업이익 108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2020년부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8월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10월에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큰 변화를 만들진 못했다.
대주주인 호텔신라와 HDC 모두 HDC신라면세점에 대해 투자설명서(IR)나 컨퍼런스콜에서 별다른 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에 대한 실적 정도만 간단히 언급하는 수준이다. 대표이사도 호텔신라와 HDC에서 각각 1명씩 선임해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지난 한 해 동안 공동대표 2명이 모두 교체됐다.
심지어 호텔신라와 HDC 모두 HDC신라면세점의 지분법 적용을 중지했다. 결손누적으로 인해 장부금액이 0원 이하로 감소하면서다. 올해 1분기 기준 양사가 인식하지 않은 지분법손실금액은 45억3741만원이며, 누적 미인식 지분법손실금액은 208억8844만원에 달한다.
HDC신라면세점은 올해 말 시내면세점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앞서 HDC신라면세점과 함께 시내면세점에 진출했던 한화, 두산 면세점은 모두 면세사업에서 철수했다. HDC신라면세점은 이미 관세청에 특허 연장 신청서 제출을 마쳤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관세청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고, PT(프레젠테이션)를 준비하고 있다"며 "PT 일정은 아직 정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특허권 갱신을 고려했을 때 오는 2029년까지 지난 2019년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허 연장을 전제로 2030년까지 영업 지속을 가정하고 미래현금흐름을 산출했을 때 연평균 15.8% 성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경기 회복을 기다리는 방법뿐 마땅한 타개책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호텔신라와 HDC 입장에서 HDC신라면세점은 유휴자산 수준인데 현실적으로 합작사를 해소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