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인사 투명성 강화 법안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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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한때 추진되던 농협법 개정은 국회에서 발의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여야 모두 농협중앙회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의 제도 개혁에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다. ‘중앙회장 연임 허용’은커녕, 오히려 ‘중앙회장 권한 분산’을 중심으로 한 농협 개혁 입법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농협중앙회장의 권한 집중과 비상임조합장의 장기 집권이 농협 조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해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중앙회장 연임을 허용하는 방향의 농협법 개정에는 여야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회 보좌관은 “중앙회장 연임을 위한 법안 발의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중앙회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데 여야 간 이견이 없다”고 전했다.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라온 주요 농협 개혁 방안은 다음과 같다. 비상임조합장의 연임을 최대 2회로 제한하고, 준법감시인 제도을 도입하는 안이 거론된다. 특히, 인사 투명성을 강화하고 ‘보은 인사’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사업전담 대표이사, 감사위원, 조합감사위원장 등을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고 기록으로 남기도록 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강 회장 체제에서도 실질적 권한 논란은 계속돼 왔다. 대표 사례가 NH투자증권 사장 선임과 관련한 논란이다. 지난해 초 강 회장이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금융감독원이 직접 개입해 관련 절차를 점검한 바 있다.
현재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이에 따라 차기 사장 인선 과정에서 중앙회의 인사권 개입 여부와 금감원의 견제 기조 유지 여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중앙회와 금감원이 NH투자증권 인사를 두고 정면충돌한 전례가 있어, 내년 사장 인선은 다시 한 번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회의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최근 검찰은 최대 200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농협중앙회 본부를 비롯해 정용왕 농협물류 대표, 지준섭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했다. NH농협은행에서 비롯된 이 사안은 향후 국정감사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노조도 강 회장 체제를 향한 견제에 나섰다. 김병수 전 농협하나로유통 대표의 조합감사위원장 선임을 반대하며, 강 회장의 ‘측근 챙기기 인사’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의 인사, 내부통제 문제에 대해선 여야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에서 중앙회장 연임이나 권한 강화로의 법 개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는 현 시점에서 회장 연임과 관련한 입법 활동이나 내부 논의는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중앙회장 연임을 위한 법안 발의는 물론, 내부적으로도 이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