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지속성·예측 가능성 부족…"공모시장서 투자자 설득 쉽지 않아"
교촌·더본 등 기존 프랜차이즈 상장사 주가도 부진…시장 불신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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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본코리아'로 고조됐던 프랜차이즈기업 기업공개(IPO) 붐 가능성이 '더본코리아'로 인해 냉각되고 있다. 상장을 준비 중이던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며,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이번 사례가 규제 가능성으로 위축된 프랜차이즈 업종의 상장 가능성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1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외식브랜드 '생활맥주' 운영사 데일리비어는 최근 KB증권과의 상장 주관 계약을 종료하고, 새로운 주관사 선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주관사 교체는 기업의 상장 전략 재정비 일환으로 해석되지만, 시장 일각에선 최근 연이어 발의된 '백종원 방지법'(가맹사업법 개정안) 등 프랜차이즈 업종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을 의식한 결정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물경제 부진과 업종 전반의 성장성 둔화, 여기에 규제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데일리비어 역시 상장 추진에 현실적인 부담을 느낀 게 아니겠다는 분석이다.
최근 발의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프랜차이즈 본부가 신규 브랜드를 출점하려면 최소 3개 이상의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해야 정보공개서를 등록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기존에는 가맹 계약 체결 시점에만 제공하던 예상 매출 자료를 기존 가맹점에도 매년 서면으로 제공하도록 본사에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필수물품' 개념을 법에 명시하고, 본사의 부당한 구매 강요를 금지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이른바 '백종원 사태' 이후 형성된 프랜차이즈 규제 강화 공감대 속에서 산업의 구조적 개편을 목표로 하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상장 추진 프랜차이즈 기업 입장에선 수익 구조 공개, 예상 매출 제공, 브랜드 출점 요건 등에서 제약이 커질 수 있다. IR(기업설명회) 스토리 설계나 미래 사업 전략 수립 과정에서도 민감한 항목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직영과 가맹 비중, 로열티 및 수수료 수익률, 광고비 부담 분담 등 프랜차이즈 기업 고유의 수익 구조가 상장 이후 시장에서 공격받기 쉽다"며 "여기에 정부 규제까지 겹치면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신뢰를 얻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비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억3717만원으로 전년(13억7808만원) 대비 75% 이상 급감했다. 업계에선 이러한 지표가 상장 심사 시 '지속 가능한 수익성 창출 능력' 항목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종은 구조적으로 공모시장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며 "낮은 마진,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한 민감성, 높은 규제 노출도 등으로 인해 투자자 설득이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외형 확장에 비해 실질 이익률이 낮은 구조, 지속적인 출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 정량화 어려운 브랜드 가치 등은 상장 심사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요소로 지목된다.
이전부터도 프랜차이즈 업종은 '예측 가능한 성장성'과 '높은 수익성'이라는 상장기업의 기본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왔다.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가 '개인의 유명세'에 힘입어 고착화된 구조를 타파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사회적 물의를 빚으며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 상장한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최근 주가 흐름도 부진한 상황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에프앤비는 상장 이후 주가가 1만5500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현재는 576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18일 기준 2만7750원으로, 지난해 11월 상장 당시 공모가(3만4000원) 대비 약 20% 하락했다.
시장에선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프랜차이즈 업종의 IPO 자체가 점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일부 증권사들은 프랜차이즈 기업의 예비심사 청구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업종에 대한 시장 여론 자체가 좋지 않은 데다, 수요예측 흥행에 대한 불확실성과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반복되는 고평가 논란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IB업계 한 실무자는 "지금의 프랜차이즈 IPO 시장은 말 그대로 빙하기"라며 "대규모 외형 성장과 브랜드 확장성, 고정비 방어 구조 등을 모두 갖춘 예외적인 기업이 아니라면 시장 문턱을 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