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사업에 수백억 쏟아붓는 4대 금융지주…'K-규제'에 수익성은 '글쎄'
입력 2025.07.21 07:00
    막대한 초기비용 대비 당장 수익원은 미미
    장기 수요 창출이 관건…일본 선례 따라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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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될만한 시장이니 일단 돈을 깔아두고,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규제도 완화하길 기다리는 거죠." (한 금융지주 관계자)

      4대 금융지주가 요양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계열 생명보험사를 통해 수천억원대 초기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따라붙고 있다. '한국형 규제'로 인해 당장은 물론, 중장기적인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 추세 가파른데다, 이웃 일본에서는 이미 실버사업이 금융사들의 핵심 사업 중 하나가 된 점을 고려하면 미래 가치가 없진 않다는 평가다. 그러나 임대가 허용되지 않아 초기 비용은 막대한데, 수가와 상품 규제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제한되며 경쟁력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 심화에 따라 까다로워질 수요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우리금융은 이달 1일 동양∙ABL생명의 계열사 편입을 완료했다.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을 통해 요양 자회사를 설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우리금융연구소는 시니어 대상 주거∙편의서비스 등을 구상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요양 자회사를 설립한 KB∙신한∙하나금융지주에 이어 4대 금융지주 모두 요양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KB금융은 2016년 '골든라이프케어'를 중심으로 시니어 사업에 진출했고, 신한금융은 2024년 '신한라이프케어'를 설립하며 발을 들였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 출범을 알렸다.

      이들은 대부분 초기 투자비용으로 수백억원에서 천억원대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2016년 사업을 시작한 KB골든라이프케어의 경우 초기 자본금 200억원에 2020년 60억, 2021년 50억, 2023년 59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지난 6월 5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신한라이프케어 역시 2023년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500억원을 증자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현행 규제에 따라 요양시설을 운영하려면 토지와 건물을 모두 직접 보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 '임대 운영'이 허용되는 건 비영리법인 뿐이다.

      자본금 200억원으로 시작한 KB골든라이프케어의 경우 연간 순손실은 2023년 54억원, 2024년 75억원 등으로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현재 노인복지주택, 요양시설, 데이케어센터 등 7개 시설을 운영 중이다.

      시설을 개소하고 본격 운영에 나서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 공공의 성격이 강한 장기요양 특성상 서비스 대부분이 급여 항목으로 분류된다. 요양 시설에서 제공할 수 있는 비급여 서비스는 이∙미용, 식사, 상급침실료 등으로 제한된다. 초기 비용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소 수도권에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보니 토지 비용부터 기존 요양시설과 차원이 다르다"며 "시설 한 개당 건립 비용이 수백억원인데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한정적이다 보니 지금으로선 자생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보험 상품과 요양사업을 연계하는 비즈니스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핵심은 보험 상품에 시설 입소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인데, 보건복지부가 결론을 내지 않고 검토를 지속하자 업계에서는 '사실상 거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앞으로 입소 우선권을 부여하는 종신보험을 판매할 수 있게 될 가능성도 있긴 하나, 국민 정서에 반할 수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을거란 전망이 더 우세하다.

      결국 금융권에서는 기존 요양시설과 구분되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비용 부담과 규제 압박 속에선 기피 시설로 분류되는 기존 요양시설과 질적 차별화가 어려울 수 있다는 한계가 상존한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기존에 거주하던 주택에서 식사나 의료 접근성 등이 해결된다면 굳이 돈을 주고 시설에 입소하겠느냐"며 "시니어 인구 증가가 요양사업 수요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건 너무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일찍 진행된 일본의 사례를 국내 정서에 대한 고려 없이 적용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KB금융지주는 일본 솜포홀딩스와 2023년 협약을 맺고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신한금융 역시 일본의 요양사업을 적극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도 일본 등 선진 사례를 참고해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고령 사회가 먼저 찾아온 일본을 벤치마킹해 시니어 금융, 요양사업으로 방향성을 잡은 것"이라면서도 "시설이 몇 없는 지금이야 줄을 설 정도라지만 정작 돈을 벌 만한 구석은 없고, 장기적으로 일본 시장과는 다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