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첨단전략산업기금 부문 신설…'최대 100조' 운용 조직 생긴다
입력 2025.07.21 11:07
    HOUSE 동향
    8월 법안 통과 전망, 하반기 내 조직 신설 계획
    부행장 직속 부문…60~70명 규모, 기안기금 상회
    운용 규모 최대 100조…산은 내부 핵심조직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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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첨단전략산업지원기금' 신설 작업이 본격화된다. 관련 법안이 국회 통과 절차만 남겨둔 가운데, 한국산업은행은 하반기 중 해당 기금 운용을 전담할 조직을 신설할 예정이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이미 태스크포스(TF) 조직이 가동 중이며, 법안 통과 즉시 부행장 직속의 별도 부문으로 출범할 계획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정책금융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첨단전략산업기금 운용을 위한 전담 부문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이달 국회 소위원회 심사를 시작했으며, 이르면 8월 본회의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 간 쟁점이 크지 않아 일정상 문제만 없다면 하반기 중 법적 기반 마련과 조직 출범이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기금은 이재명 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첨단산업 육성 정책의 일환이다. 산업은행은 해당 기금 운용을 위해 기존 부문 체계에 부행장을 새로 임명하고, 약 60~70명 규모의 대형 조직을 신설할 방침이다. 관련 TF는 이미 내부에서 가동되고 있으며, 조직 구성 및 주요 인선 검토도 시작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 통과만 되면 즉시 출범할 수 있도록 산은 내부적으로 TF가 구성돼 있다"며 "정책금융공사(출범시 400명)와 기간산업안정기금(20명)의 중간선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논의 중인 안은 기금 운용, 심사, 회계, 리스크 기능을 모두 자체적으로 갖춘 반(半)독립 구조에 가깝다.

      앞서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코로나19 대응 성격으로 산은 내부 기존 조직을 활용한 반면, 첨단전략산업기금은 AI·반도체·차세대 통신 등 구조적 지원이 필요한 분야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별도 회계 및 독립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해당 조직이 향후 정책금융 체계 내 준(準)정책금융공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운용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안기금이 40조원 규모로 한시 운영됐던 데 반해, 첨단기금은 최대 100조원 수준까지 가능한 구조로 기획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산업은행 내 사실상 두 번째 정책기능 중심축이 생긴다는 분석도 있다.

      내부에서도 해당 조직 출범은 주요 승진·보직 인사와 맞물리며 큰 관심사다. 본부급 이상 부문으로 설정되면서 새 부행장이 승진 임명될 예정이며, 실무 라인의 부서장급도 2~3명 추가로 발탁된다. 핵심 정책사업을 전담하는 만큼, 향후 커리어에서도 유리한 포지션으로 꼽힌다.

      정책금융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중요한 자금을 운용하고, 기업과의 직접 협의도 많아져 실질적 영향력이 큰 조직이 될 것"이라며 "북(Book)도 운영하며 기업 자문과 구조개편 참여도 가능해질 수 있어 내부에서, '센 조직'이 될 것이란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첨단기금은 단순 보조금 형태가 아닌 자금지원·출자·보증 등 다양한 방식의 금융지원을 포괄한다. 금리 수준도 일반 대출 대비 유의미하게 낮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미 대기업들도 이 기금 활용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자사 첨단투자와 연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측은 이와 관련해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기금 목적이 단순 중소기업 지원을 넘어선 '산업안보 및 기술경쟁력 확보'에 맞춰진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대기업에도 문을 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책의 일관성과 영속성 측면에서도 일회성 기금이 아닌 장기 운용 구조로 설계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기금은 기존 산업금융 틀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2차전지, 조선 등 기존 업종보다 더 앞단에 있는 기술·플랫폼을 다루기 때문에 독립성과 지속성이 모두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