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아닌 듯 ELS 같은 '조건부 하방 방어형 ETF'…흥행 고전 이유는
입력 2025.07.22 07:00
    낙폭 방어 설계 갖췄지만, 수익성 불명확·ELS와의 차별성 부족에 설득력 부족
    삼성, '버퍼형' ETF 순매도 전환…자사 커버드콜, '올해에만 6159억 유입' 대조
    "'월 분배금' 직관성 갖춘 커버드콜 ETF에 수요 몰려…투자자 눈높이 미스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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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 들어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주가 하락 구간을 대비할 수 있는 '버퍼형 구조'의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실제 시장 반응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국내 ELS(주가연계증권)상품과 유사해 차별성이 크지 않은데다, 지난해 대유행한 커버드콜 ETF에 비해 수익 분배 구조가 직관적이지 않다는 점이 투자자 유입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키움자산운용은 'KIWOOM 미국테크100 월간목표헤지액티브 ETF' 출시를 예고했다. 미국 기술주 100개 종목에 투자하면서 주가 하락 시 손실을 일정 부분 방어하는 구조다. '프로텍티브 풋' 전략을 델타 헤지 방식으로 복제해 옵션 매수 없이 하방 보호 효과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월말마다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정해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줄이고,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버퍼형 ETF와 달리 상방 수익 제한(수익 캡)이 없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투자자 관점에서는 버퍼형 ETF와 마찬가지로 시장 흥행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보수적 전망이 대세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버퍼형 ETF인 'KODEX 미국S&P500 버퍼 3월 액티브 ETF'를 선보였다. 마이너스(-)10% 구간까지 손실을 방어하고, 상방은 약 +16%에서 수익을 제한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상장 직후 93억원의 개인 순매수가 유입됐지만, 최근 3개월 간 개인 기준 순매도세를 보이며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운용업계에서는 주가 하락 방어를 강조한 상품이라 하더라도, ETF에서 굳이 수익을 제한하거나 불명확한 전략을 선택할 만큼의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익률이나 분배금 구조가 뚜렷하지 않으면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상품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정 수준까지 하락에 대응이 가능하고, 상방 역시 막혀있다는 점에서 버퍼형 ETF는 ELS와 투자자군이 겹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미 10년 이상 투자 시장의 주력 상품 역할을 해왔던 ELS와는 달리, 버퍼형 ETF는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LS는 특정 기초지수(KOSPI200, S&P500 등)의 등락률에 따라 수익률(쿠폰)을 지급하거나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수익 및 손실 조건이 사전에 고정돼 있고, 낙인(Knock-in) 등 손실 발생 조건이 명시돼 있어 구조 파악이 비교적 용이한 편이다. 

      반면, 버퍼형 ETF는 중도 매수·매도 시 수익 구조가 달라질 수 있고, 월 단위 리밸런싱 등 복잡한 구조로 인해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고객들 역시 운용사에 '왜 수익률이 이렇게 되느냐'는 피드백을 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 버퍼형 ETF는 ELS와 비교했을 때 구조적 차별성이 크지 않은 데다, 수익 구조가 확정되지 않아 개인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이다. 삼성운용의 첫 출시 이후 타 운용사들 역시 유사한 콘셉트의 ETF 상품 출시를 구체적으로 검토했다가, 시장 수요 및 타이밍 측면에서 흥행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출시를 보류한 사례도 있다.

      커버드콜 ETF의 대유행 역시 버퍼형 ETF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커버드콜 ETF는 기초자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콜옵션을 매도해 정기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배당처럼 월 단위 분배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투자자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예상할 수 있어 직관적인 전략으로 인식된다.

      커버드콜 ETF는 상승장에서 수익이 제한되더라도, 연 환산 기준 약 15% 수준의 목표 수익률과 정기적인 분배금 구조로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에는 올해 기준 6159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액티브’에는 1040억원 규모의 개인 순매수가 유입됐다.

      물론 키움자산운용의 이번 상품처럼 복합 전략을 갖춘 하방 방어형 ETF는 연금상품이나 기관 대상 운용 전략으로 활용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관의 자금 유입이 뚜렷하진 않은 상황이다. 개인 투자자 대상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기에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대형 운용사 한 관계자는 "하방 방어란 개념은 매력적인 요소지만, 아직까지는 ELS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복잡한 구조와 불확실한 수익 예측 가능성이 여전히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투자자가 쉽게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