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취임·차관급 인사 등 조직개편 시그널
조직개편→기관장 인사→공기업 인사 이어질 듯
-
경제부총리 취임과 금융위원회 차관급 인사 등이 진행되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안 수장이 공백 상황이었던 한국산업은행과 곧 행장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도 인선을 대기 중이다.
IBK기업은행을 포함, 이들 국책은행들이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뒷받침할 자금을 수십조원 규모로 운영하게 되는만큼 어떤 인사들이 이 자리를 맡을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진행했다. 이날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임명 후 처음으로 출근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임명했다.
한동안 공석이었던 자리가 하나 둘 차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임박한 모습이다. 다만 구 부총리와 권 부위원장 모두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권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 조직 개편에 관한 질문을 받자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맡은 바 소임을 열심히 하는 것이 공무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취임사에서 "기재부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주주인 국민에 대한 봉사자가 돼야 한다"며 "다른 부처에게는 '파트너'로서 혁신해야 한다"고만 언급했다.
국책은행들도 조직 개편을 주시하고 있다. 통상 조직 개편 후 금융당국 수장 인선이 이뤄지면 이어 금융공기업인 국책은행들의 행장도 임명된다.
산업은행은 강석훈 전 회장이 6월 초 임기 종료로 퇴임한 후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윤희성 은행장도 오는 26일 임기가 종료된다. 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수출입은행은 기획재정부 장관의 제청으로 각각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재 김병환 위원장은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지만, 인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긴 어려운 상태다. 정권 교체 후 사표를 제출했으나 후임이 없어 불편한 동거 중이다. 다만 김병환 위원장은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제 막 취임한 구 부총리의 경우에도 국책은행의 인사는 상대적으로 후순위일 수밖에 없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산은이든 수은이든 새 행장에 대한 하마평조차 들리지 않는다"며 "정부 조직개편이라는 워낙 큰 변수가 있어서 당장 금융감독체계가 어떻게 변할 지도 모르고, 이에 따라 수장 인선도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평가가 다수"라고 말했다.
각 국책은행의 내부에선 하루빨리 조직 개편이 마무리되길 기다리고 있다. 수장의 공백으로 정부와 소통할 창구를 마련하기가 어렵고, 신규 사업과 예산 집행 등에 제약이 있어서다.
특히 산업은행의 경우 4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에 이르는 첨단전략산업지원기금 운용을 맡은만큼, 수장 공백이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고 관련 법안 통과 직후 부행장 직속으로 조직을 분리한다는 복안이지만, CEO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선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현 정부 출범 이전인 지난 2월 법정자본금이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됐다. 자본금 한도 소진율이 98.5%에서 60%로 낮아져 방산 및 중소기업 수출 지원 여력이 커졌는데, 막상 이를 집행할 수장의 공백이 길어지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방산이 미래 먹거리라며 수출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렸지만, 여당인 민주당이 지난해 방산 수출 제한법을 발의하기도 했던 만큼 정무적 감각이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게 은행 안팎의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출범 후 신사업에 대한 드라이브는 있는데 정작 이를 이끌 리더가 없어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 정부가 산업 지원에 대한 의지가 크다 보니 새 수장도 그에 맞는 영향력 있는 인사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조직개편의 경우 현재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업무를 전담하는 금융감독위원회를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독립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체계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지속된 데다 내부 반발도 크다. 금감원 직원 1539명은 21일 국정기획위원회에 소비자보호처 분리를 반대한다는 호소문을 전달했다. 이로 인해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발표 및 기관장 인사 등이 더 늦어질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오는 23일에는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금융감독체제 개편 관련 긴급 정책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 금감원장을 지낸 윤석헌 전 원장(전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과 최흥식 전 원장(전 하나금융지주 사장)도 참석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역시 21일 입장문을 내고 "간판만 바꾸는 식의 개편은 의미없다"며 현 감독체제 분리 논의가 '금융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한 조직 확대와 자리 만들기식 관료주의'라고 규정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 출신의 전 국회의원과 모 교수 등 특정인이 금감원장, 금소원장에 사실상 내정됐다는 소문과, 이들의 임명에 대해 원점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상반된 소문이 같은 날 나오는 등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책은 쏟아져 나오는데 키를 잡고 이를 집행할 국책은행장 선임 일정은 차일피일 미뤄지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