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어스법 통과에도… 국내는 법제화 '제자리걸음'
민주·국민의힘 잇단 법안 예고… 발의 시점은 지연
정무위 "준화폐 특성… 발행요건 등 신중 검토 중"
시장 기대감 '냉각'…업계선 '이러다 도루묵'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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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규제 틀이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국내 법제화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국 하원이 최근 일명 지니어스법(GIANTS Act)을 통과시키며 국제적인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지만, 국내에서는 각기 다른 법안이 난립하고 정부 부처 간 조율도 지지부진해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지난 6월 대표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시작으로 여당 강준현·안도걸 의원 등도 각각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정 의원 또한 오는 8월 발의를 목표로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 중인 상황이다.
여당에 이어 국민의힘 또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화는 기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이달에는 정무위에서 관련 법안을 취합해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에는 국회 내에서도 '신중론'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17일 미국 하원에서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지니어스법'이 통과되면서 글로벌 규제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지만 국내는 여전히 법제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발의 예정인 여러 의원안들이 각기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고, 정부 부처 간 입장차도 뚜렷해 법제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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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 의원실 한 관계자는 "급하게 법안을 발의하기보다는 금융위원회나 업계 의견을 들어보고 신중하게 접근하려다 보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라며 "잘못 발의될 경우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하되 신중하게 하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정무위 의원실 다른 한 관계자도 "일반 코인의 경우 투자자 보호 장치만 갖춰도 일정 부분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성격이 다르다"며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일종의 '준화폐'로 취급될 수 있기 때문에 발행 주체의 성격이나 자격 요건, 담보 자산의 관리 방식을 재차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정기획위원회 국정과제로 채택되며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보였던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의 '미세조정'이 계속되자 뜨겁게 달아올랐던 시장의 기대심리는 빠르게 식고 있다.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 관련주로 분류되는 카카오페이 주가는 지난 5월 3만 원대에서 6월 말 9만 원대까지 급등했지만,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관련 법안의 방향성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 우려를 확대하는 요인 중 하나다. 실제 국회에서는 민병덕 의원이 대표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법안이 다른 방향에서 논의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불확실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앞서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카카오페이 보고서에서 "법제화가 초기 단계이고 규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기대를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업계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초조한 분위기다. 법제화뿐 아니라, 금융위원회 및 감독당국 개편까지 맞물리면서 정부 내 소통 부재와 추진력 저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조직개편 우려에 금융위와 업무적인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의원실마다 법안 발의를 예고하면서 비교표를 만드는 등 우왕좌왕하는 상황"이라며 "이러다 한순간에 도루묵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