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투자 위해 운용사 선정 중
저평가 韓증시, 밸류업 등 상승 기대
시간차 두고 한국에 자금 유입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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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한국 증시는 불안감을 안고 출발했다.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가 남은 새해 개장 첫날 코스피지수는 2400을 밑돌았다. 그러나 이후 점차 증시가 힘을 내기 시작했고 전 대통령 탄핵과 이재명 대통령 취임을 거치며 3000을 넘어섰다. 올해 상승폭만 30%를 넘는다. 글로벌 자금들도 올해 들어 적극 투자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몇 달 전 아랍에미리트(UAE) 3대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위원회(ADIC)는 한국 내 주식투자를 맡아줄 운용사로 쿼드자산운용과 페트라자산운용 등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DIC은 수년 전부터 한국에 관심을 보여 왔는데, 한국 증시의 낙폭이 특히 컸던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용사 선정 작업에 나섰다.
다른 중동 쪽 국부펀드들도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운용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굴리는 만큼 운용사별 위탁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르웨이국부펀드(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는 2023년 쿼드자산운용과 VIP자산운용에 수천억원을 맡겼는데 작년에 추가로 자금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찍부터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지다 저평가 국면에 힘을 더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운용사들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급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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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큰손들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기업들의 기초 체력 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져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작년 코스피 200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로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도 한참 못 미쳤다. 올해 상승 랠리 후에야 1배 수준이 됐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5000' 공약을 내건 이재명 정부는 취임 후 상법 개정 등 증시 부양 방안을 적극 강구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변화 의지를 높이 사고 있다. 해외 자금을 받은 운용사들은 적극 '주주제안'을 내며 이런 흐름을 타고 있다.
이달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코스피가 현재 수준보다 50% 이상 상승할 수 있으며, 2년 안에 50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중 코스피는 3200~3500 사이에서 거래될 수 있다고 전망하며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조정했다.
한국이 글로벌 자산 배분의 중요 지역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사들은 미국의 호황에 기대 성과를 내왔는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엔 관세 전쟁, 중앙은행과 갈등 등으로 불안감이 커졌다. 일본에선 이미 밸류업으로 재미를 봤고, 중국과 인도는 투자 불안 요소들이 있다. 저평가된 한국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외 투자사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 운용사들의 미팅 요청에 미온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먼저 국내 운용사에 접촉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 대체투자 거래에서 자주 이름을 보였던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도 한국 내 주식투자를 늘리기 위해 운용사들을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나 프린스턴 등 미국 명문 대학 역시 한국 주식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IB나 운용사를 통해 국내 운용사에 접촉하거나 실사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 대학은 별도의 독립 운용사를 통해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웬만한 투자사 못지않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연방정부 지원금이 삭감됐던 터라 운용 전략이 특히 중요해졌다. 다른 큰손들처럼 한국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지금 움직이는 해외 큰손 투자자들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자금을 집행하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점쳐진다. 연단위로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을 세우는 경우가 많고, 운용사 실사 및 선정 작업에 수개월이 걸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국내 운용사 입장에선 해외 큰손의 낙점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상징성이 있고, 단숨에 AUM도 키울 수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형주에 투자하니 운용 부담이 적고, 급하게 자금을 돌려줘야 할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만나자 해도 거절하는 해외 큰손 투자자가 많았는데 올해는 먼저 찾아와서 같이 해보자 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며 "해외 투자자 자금은 운용 부담은 크지 않으면서 AUM은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