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테마' 해외 상장사도 ETF 편입 자제령?…구성종목서 사라진 '써클'
입력 2025.07.23 07:00
    당국, '써클' ETF 우려 전달에…한 달 새 써클 비중 10%에서 1%대로 급감
    운용사 "차익 실현 차원" 해명에도…업계 "가이드라인 따른 후속 조치" 해석
    '디지털자산 적극 육성' 정부 기조와 대비…"여전히 가상자산은 '신중'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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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운용사를 대상으로 상장지수펀드(ETF) 내 스테이블코인 관련 나스닥 상장사인 '써클(Circle;CRCL)' 종목 편입과 관련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접적인 금지 조치는 아니지만, 관련 제도 정비 전 가상자산 테마의 선제적 편입을 지양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운용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경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해당 의견 전달 이후 실제 일부 ETF에서 써클의 편입 비중이 눈에 띄게 축소되며, 금융당국의 스탠스를 의식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일부 운용사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테마와 관련된 해외 상장기업 투자에 유의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특히 미국 스테이블코인 테마주 중 핵심으로 꼽히는 나스닥 상장사 써클에 대한 비중 조절이 이슈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써클은 지난달 6일 신규 상장했으며, 이달 초에는 주가가 공모가 대비 6배 이상으로 급등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ETF 상품에 써클 종목이 편입된 것을 확인한 뒤, 해당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타 운용사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달라는 안내를 한 것이 맞다"며 "금지 명령이 목적은 아니었고, 가상자산 관련 제도화 전에는 운용사 간 해석 차이도 발생할 수 있어 사전에 인식을 조율한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금감원의 조치 이후, 시장에선 관련 종목의 비중이 빠르게 축소되는 흐름이 감지됐다. '가상자산 ETF'로 주목받았던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미국나스닥100액티브' ETF는 지난달 23일 기준 써클 비중이 11.68%에 달했으나, 최근 1.72%로 급감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금융테크액티브' ETF도 한때 써클 비중이 10% 이상이였지만, 최근 전량 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두 운용사 모두 "회사의 자체 판단에 따른 차익 실현"이라며 금융당국 개입설에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수익 목표치에 근접 후 비중 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트레이딩"이라고 설명했고, 삼성자산운용 역시 "수익률 추이를 고려한 내부 리밸런싱 결과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운용업계에선 써클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한 시점과 금감원의 피드백 시점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을 들어 비중 조절에 일정부분 영향이 있었을 거란 시각을 내놓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써클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으로, 법적으로 ETF 편입이 가능하다"면서도 "국내에서는 아직 가상자산 관련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만큼, 당국이 이러한 방식의 투자를 경계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예상된 수순'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현행 법 체계상 가상자산은 ETF 기초자산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종목을 편입하는 것은 '우회 투자'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실무적 판단이 정부의 공식적인 디지털자산 정책 기조와는 온도차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는 인공지능(AI)과 함께 디지털자산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 중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디지털자산위원회 신설과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을 담은 '디지털자산 혁신법' 발의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처럼 디지털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음에도, 실무 행정에서는 여전히 가상자산 관련 투자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운용업계에는 '코인베이스 밸류체인 ETF' 상품과 관련한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한 운용사가 코인베이스를 중심으로 미국 가상화폐 관련 상장사들을 묶는 ETF 상품을 기획했는데, 초안 협의 과정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정적 피드백을 받고 출시를 보류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시장 기대는 커졌지만, 실무 관행은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아 정책 기조 사이서 괴리가 존재한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 등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상품이 제도권에 안착하려면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