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자산신탁, 공모채 데뷔전…PF 소송 패소에 유동성 선제 확보
입력 2025.07.23 07:00
    책임준공 확약 소송 패소에 선제적 유동성 확보
    2년 단일물로 최대 1500억원 조달 예정
    신탁계정대만 4863억원…등급 전망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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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한자산신탁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모 회사채 발행 계획을 세웠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과의 소송에서 패소해 책임준공 확약과 관련한 원리금 전액을 물어줘야 할 위기에 몰리자 공모채로 선제적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A-)은 2년 단일물로 총 1000억원 규모로 공모채를 조달할 예정이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500억원까지 증액 한도를 열어뒀다.

      공모 희망 금리는 5.0~5.6%의 절대금리 수준을 제시했다. 삼성증권과 교보증권이 대표 주관 업무를 맡았다. 오는 7월 23일 수요예측, 8월 1일 발행을 목표로 한다.

      이번 공모채 발행은 책임준공 확약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비해 선제적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금조달이다. 법원은 지난 5월 새마을금고 PF 대주단이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대출원금 256억원과 연체이자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22년 신한자산신탁은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 물류센터에 대해 책임준공형 신탁을 대주단에 약속했다. 건설사가 약속한 기한 내에 공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신탁사가 금융비용 등 모든 책임을 떠안는 일종의 보증 상품을 말한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책임준공형 신탁 방식으로 진행된 PF 사업장에서 신탁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신한자산신탁은 2심 항소를 통해 법원의 판단을 다시 구할 예정이다. 신한자산신탁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일부 항목에 법률적 다툼의 소지가 있는 항목에 대해서 항소를 통해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며 "해당 물류센터는 준공이 완료돼 매각 후 손실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자산신탁은 그간 은행권 차입 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왔다. 지난해에는 두차례에 걸쳐 사모형태로 신종자본증권을 조달하기도 했다. 2024년 5월 1000억원, 10월 500억원 등이다. 당시 발행금리 수준은 4.0~4.7%대로 이번 공모 희망 금리  밴드 수준이 5%대인 점을 감안했을 때 이자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또 그간 공모채 시장에서 정기적으로 자금 조달을 이어오던 신탁사들은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두 곳에 불과하다.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은 올해 공모채 조달에서 오버부킹에 성공했으나, 신한자산신탁의 경우 책임준공 확약과 관련한 손해 배상 소송 결과가 기관투자자들의 투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평가다. 대출원리금 전액을 신탁사가 배상하게 되면 우발부채가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신탁계정대도 부담 요인 중 하나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가 사업비 조달을 위해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대여한 금액을 뜻한다. 투입 시점과 금액이 확정되지 않아 우발채무로 분류가 되지 않아 측정 불가능한 리스크로 불린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한자산신탁의 신탁계정대(장부가액 기준)는 486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 459억원 ▲2023년 말 1887억원 ▲2024년 말 4682억원 등의 순으로 지난 3년 사이 10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나이스)신용평가는 신한자산신탁의 신용등급은 'A-',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4월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신평사들도 신탁계정대 추가 투입과 PF 원리금 배상 이슈 관련 대손비용 확대로 손실이 지속되고 재무부담이 확대되는 경우 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A-' 등급도 계열의 지원 능력을 감안해 자체신용도보다 1노치(notch) 상향 조정됐다. 계열 내 신한자산신탁의 재무적 비중은 높지 않으나, 지원 능력과 지원 의지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신한금융지주는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인수 등의 방식으로 신한자산신탁에 자금 지원을 이어가기도 했다.

      김재범 한기평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주 감소에 따른 실적 하방압력이 상존한다"며 "신탁계정대 충당금 적립과 소송 관련 비용 증가 가능성이 내재하고 있는 점이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