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에 메자닌 투자 활발…운용사·캐피탈 따라 VC도 기웃
입력 2025.07.23 07:00
    증시 훈풍 불자 운용사·캐피탈 대상 메자닌 영업 활발
    지난해와 분위기 달라져…기존 투자자 중심 속속 소화
    운용사·캐피탈 "메자닌 투자 늘리자"…VC도 투자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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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새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는 가운데 상장 기업의 주식연계채권(메자닌) 시장이 증시 활황에 힘입어 활기를 찾고 있다. 자산운용사와 캐피탈사는 물론 벤처투자사(VC)도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을 중심으로 메자닌 투자 확대를 검토하는 모습이다. 벤처투자사는 고위험 고수익 형태의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메자닌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네트워크와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증시 부양 정책으로 인해 국내 주식 시장이 살아나면서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의 메자닌 신규 발행과 주식 전환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까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이 증시에 다소 훈풍이 부는 점에 기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차채(BW) 등 기존에 계획한 자금 조달 방안을 잇달아 추진하는 모습이다.

      먼저 골관절염 치료제 기업 메디포스트는 현재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CB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킷헬스케어와 보로노이를 비롯해 자금 수혈이 필요한 수많은 기업도 최근 수백억원대 CB 발행을 결정했다. 몇몇 기업은 기존에 발행한 CB 리파이낸싱을 통해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기도 했다.

      메자닌은 비교적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사용하는 조달 방법 중 하나이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메자닌을 향한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진 사채를 발행해도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기업들이 수두룩했지만, 최근에는 시장에서 이를 소화하는 속도가 빨라진 모습이다. 증시 훈풍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이 투자자를 설득하기가 보다 수월해진 덕분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에선 메자닌 발행을 계획하는 중소형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고, 몇몇 자산운용사는 관련 투자를 늘리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전했다. 이어 "증시 분위기가 좋으니 기업들이 묵혔던 자금 조달 발행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며 "지난해와 달리 기업들이 사채 등을 발행하면, 기존 투자자를 중심으로 이런 물량들이 빠르게 소화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메자닌은 중위험 중수익 형태의 투자 증권으로, 통상 자산운용사와 캐피탈사의 투자 영역이다. 하지만 벤처투자사를 비롯한 고위험 고수익 형태의 투자를 지향하는 기관들도 자금 일부를 메자닌 투자에 활용해 리스크를 줄이는 데 활용한다. 벤처투자사는 통상 장기 펀드를 운용하기 때문에 상장 기업의 메자닌 투자를 통해 단기 회수를 노리는 셈이다. 우선주나 보통주 투자를 자금 상당수를 집어넣고, 사채 등 다른 영역에 10% 정도를 할애하는 형태다.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몇몇 벤처투자사 소속 투자담당자들도 메자닌 투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우스마다 별도의 펀드 조성과 투자 비중 확대 등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메자닌 시장이 살아나는 동향을 고려해 투자담당자들이 관련 소식을 모두 챙기는 모습이다. 벤처투자사의 경우 초기 투자를 비롯해, 기존에 지분 투자를 진행해 인연이 있는 기업들이 발행하는 메자닌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다.

      다만 벤처투자사의 경우 자산운용사나 캐피탈사보다 네트워크와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벤처투자사는 통상 펀드의 남은 자금으로 메자닌 투자를 진행한다. 1000억원 규모의 펀드라면 100억원 정도가 메자닌 투자의 몫이다. 상장 기업의 사채 발행 규모가 수백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벤처투자사 입장에서 100억원을 한 곳의 상장 기업에 몰아넣기는 쉽지 않다.

      이런 고민은 자산운용사와 벤처투자사의 협업으로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벤처투자사가 지분 투자를 진행했던 기업을 대상으로 메자닌 투자의 물꼬를 트고, 자산운용사나 캐피탈사가 자금을 넣어 투자를 집행하는 형태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메자닌 투자 레코드가 없는 자산운용사라면 벤처투자사와의 협업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네트워크 확장과 채권 관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고 했다.

      투자자들이 사채 등을 발행한 모든 기업을 환대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바이오 기업의 경우 기술이전과 임상자료 등 뚜렷한 성과가 있어야 투자자를 수월하게 모집하는 분위기다. 벤처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 투자를 집행했던 곳이라도 양질의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꼼꼼히 따져본다"라며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냐에 따라 투자자가 몰리거나, 아예 외면받거나로 갈라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