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재무 위기로 매각했던 본사 '페럼타워' 재인수 추진
입력 2025.07.24 07:00
    1400억 들여 지은 신사옥, 구조조정에 내줬던 자산
    동국제강, 재무 여력 회복 후 되찾기 시도
    우선매수권 있었나…입찰 없이 물밑서 조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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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제강이 과거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매각했던 본사 사옥 ‘페럼타워(Ferrum Tower)’의 재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재무구조가 안정되면서 과거 회사 상징이던 사옥을 다시 품에 안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페럼타워를 인수하기 위해 삼성SRA자산운용과 조건을 조율 중이다. 해당 자산은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SRA자산운용이 이를 일임받아 운용하고 있다. 2015년 동국제강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삼성생명에 매각한 자산이다.  

      페럼타워는 서울 중구 을지로5길 19에 위치한 프라임 오피스 빌딩이다. 지하 6층~지상 28층, 연면적 약 5만5694㎡(약 1만6848평) 규모로, 을지로입구역과 인접한 입지 덕분에 CBD(도심업무권역) 내에서도 우량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동국제강이 2010년 장세주 회장 주도로 약 1400억원을 투입해 신사옥으로 완공한, 상징성 짙은 자산이기도 하다.

      시장에선 이번 거래 규모가 5000억~6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마무리된 광화문 인근 크레센도빌딩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해당 빌딩은 연면적 약 5만4700㎡ 규모로, 페럼타워와 유사하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이 빌딩을 3.3㎡당 약 3400만원, 총 5600억원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페럼타워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재인수 추진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자산 회수를 넘어선 '맥락'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2012년부터 본격화된 철강 업황 침체와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부담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주력인 후판 판매가 부진하면서, 동국제강은 2014년 산업은행으로부터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 기업으로 지정되며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동국제강은 해외 후판 공장을 철수하고 비핵심 자회사를 매각했다. 보유 유가증권 약 1000억원어치를 현금화했고, 골프장을 포함한 부동산도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상징성이 컸던 페럼타워도 결국 매각 대상으로 올랐다. 장 회장이 오랜 기간 매각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동성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당시 매각가는 약 4200억원으로, 3.3㎡당 약 2500만원 수준이었다. 시장에선 자산 가치가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던 만큼, 낮은 가격에 수의계약으로 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매각 절차도 별도 주관사 없이 약 한 달 만에 마무리됐다. 일각에선 삼성과 동국제강 오너 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이번 재매입 논의 역시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매각과 매입 모두 수의계약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양사 간 관계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부동산업계에선 2015년 거래 당시 삼성생명이 동국제강 측에 우선매수권 또는 이에 준하는 권리를 부여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페럼타워 거래를 두고 삼성과 동국제강 간 가격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 거래는 동국제강이 재무적으로 안정을 되찾은 뒤 과거 상징 자산을 회수하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국제강은 2024년 연결 기준 누적 영업이익 1025억원, 당기순이익 348억원을 기록했다. EBITDA는 2385억원이며, 부채비율은 2023년도 105.2%에서 2024년 87.7%로 하락했다. 건설경기 부진과 중국산 저가재 공세 등 어려운 시장 여건 속에서도 체질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