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전권 쥔 한화생명, 첫 M&A 타깃은 이지스자산운용?
입력 2025.07.25 07:00
    이지스 경영권 매각 본격화…모건스탠리 8월 예비입찰
    한화생명, 맥킨지·BofA 자문사 내정해 인수전 대응
    8000억 거론 몸값에 해외 PEF·국내 금융그룹 물밑 접촉
    과열된 인수전에 부동산 키우려는 한화생명 베팅 주목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부동산 운용사 업계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매각이 본격화됐다. 최대주주인 모건스탠리가 국내외 금융사와 대체투자 운용사를 상대로 티저 배포를 마무리하고 다음달 예비입찰 준비에 착수한 가운데, 한화생명이 실질적인 원매자로 부상했다. 김동원 사장이 전면에 나선 이래 첫 번째 대형 M&A(인수합병)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이달 초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운용사를 포함해 20여 곳에 티저 메모를 배포하고,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지분 매각을 공식화했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 손화자 씨(12.4%)를 포함한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약 70%의 지분이다. 예비입찰은 8월 중순께 진행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지분 100% 기준 기업가치를 8000억원 이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프리IPO 라운드 당시 약 71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던 것과 비교하면 상향된 밸류에이션이다. 일부 재무적투자자(FI), 그중에서도 지분 9.13%를 보유한 대신증권 측이 일정 수준 이상의 회수를 기대하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곳은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은 최근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와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자문사로 내정하고 내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지만, 주요 전략 방향을 공유하고 향후 인수 구조까지 검토 중인 상황이다. 예비입찰 시점보다 한 달 이상 앞서 자문 라인을 구성한 점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측은 "자문사 선정 등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지스 인수는 김동원 사장이 실질적으로 전권을 쥔 이후, 첫 번째 중대형 M&A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간 한화금융 내부에서는 부동산 투자 역량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부동산 관련 투자와 딜 소싱은 한화생명 내 대체투자 조직이 담당해 왔지만, 구조의 한계가 명확해지며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그룹 3세 승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금융 계열사 간 경계가 뚜렷해졌고, 과거 한화생명 기업부동산 부서 중심으로 이뤄졌던 그룹 내 부동산 투자 조율 기능 역시 약화된 상태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리츠 사업 역시 한화솔루션을 통해 독자 추진되고 있다. 그룹 차원의 투자 조율이 어려운 상황에서, 계열사별로 부동산 투자 전략을 따로 구축해야 하는 구조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한 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금 한화생명엔 부동산 중심으로 딜을 직접 발굴하고 구조화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주체가 사실상 없다"며 "실제 투자는 외부 위탁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생명은 올해 들어 부동산 투자 관련 조직 정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신민식 최고투자책임자(CIO·전무)를 교체하고, 후임에 전략투자본부를 이끌어온 유창민 전무를 선임했다. 유 전무는 김 사장의 핵심 측근으로, 전략투자 의사결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아왔다. 

      신임 전략투자본부장에는 박성수 상무가 새로 발탁됐다. 박 상무 역시 김 사장의 해외 출장에 자주 동행하며 김 사장의 '복심'으로 꼽힌다. 앞서 4월엔 한화생명 전략실 출신 유성국 본부장이 한화자산운용 리츠투자본부장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단순한 부동산 펀드 운용사를 넘어, 복합개발·자산관리 등 전 밸류체인이 집적된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운용업계에선 건설 부문을 보유한 한화그룹이 이지스를 품는다면 일본의 미쓰이부동산이나 모리빌딩처럼 종합 디벨로퍼형 운용사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신금융그룹, 키움금융그룹,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산하 캐피탈랜드투자운용,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KKR 등이 이지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일부 글로벌 FI는 국내 전략적투자자(SI)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도 타진 중이다.

      다만 자금 여력을 놓고 보면 경쟁 구도는 한화생명에 유리하게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대신금융과 키움금융 모두 최근 조달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이지스 몸값이 1조원대로 형성될 경우 막판까지 따라붙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업계 1위인 캐피탈랜드투자운용도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뚜렷한 트랙레코드가 없는 상태다. 복수의 글로벌 FI들이 이지스 인수를 타진 중이지만, 이들 역시 전략적 투자자와의 연합 전선을 꾸리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