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독식 속 'KB맨' 선임도 관심
연말 국민연금·사학연금 CIO 임기 만료
세대교체 vs 조직안정, 연임 여부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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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공무원연금공단이 70년대생 자금운용단장(CIO)을 임명하며, 연기금ㆍ공제회 운용 부문에 '세대 교체' 흐름이 이어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장 시장의 관심은 올 하반기 예정된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CIO 선임에 쏠린다. 두 기관의 CIO는 각각 올해 12월과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무원연금공단을 필두로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연기금·공제회 CIO 자리에도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손영진 공무원연금공단 신임 CIO는 7월부터 2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손 신임 CIO는 1974년생으로, 그간 1960년대생이 주를 이뤘던 연기금·공제회의 CIO들과 비교하면 젊은 축에 속한다.
2년의 임기를 마치면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전임자인 백주현 전 CIO도 2022년부터 2년의 임기를 채운 뒤 1년을 연임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만 전례를 볼 때, 1년 이상 연임은 사실상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손 CIO의 이력에 주목했다. 1974년생인 손 CIO는 1999년 푸르덴셜생명에 입사해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지주에 인수된 이후에는 KB라이프에서 자산운용을 담당했다. 지난해에는 KB자산운용으로 이동해 리스크관리본부장(CRO)을 역임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이 본격 1970년대생 CIO의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다. 전임 백주현 CIO도 1970년생으로 타 기관들과 비교해 비교적 젊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손 CIO 선임으로 이러한 '세대교체' 추세가 가속화하게 됐다. 현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서원주 공무원연금 CIO와 전범식 사학연금 CIO는 1966년, 1965년생이다.
손 CIO가 사실상 'KB맨' 출신이라는 점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연기금·공제회 CIO는 사실상 '삼성생명' 출신 인사들이 석권해왔던 까닭이다. 중·장기 자산운용 전략 수립에 적합한 보험사 출신 가운데서도 유독 삼성생명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했는데, 손 CIO를 계기로 KB 등 타 금융사로도 기획의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1년 미만의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CRO를 역임했던 경력도 선임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최근 감사원이 주요 연기금·공제회에 대한 대체투자 실태조사에 나선 뒤,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는 운용 수익률만큼 내부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CRO 경력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시장의 관심은 올 연말 예정된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CIO 선임으로 향한다. 서원주 국민연금 CIO는 2022년 12월 임기를 시작해 당초 지난해 12월 2년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수순이었지만 탄핵 정국과 맞물려 후임 인선 작업이 늦어졌고, 임기가 1년 연장됐다. 서 CIO 역시 삼성생명 출신 인사다.
전범식 사학연금 CIO는 2023년 11월 임기를 시작해 오는 11월 2년간의 임기가 마무리된다. 전 CIO는 사학연금 내부출신 인사로, 1991년 사학연금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현대증권과 SK증권 등 외부에서도 경력을 쌓은 인사다.
두 CIO 모두 1960년대생이라는 점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현재까지는 국민연금의 CIO 교체 가능성이 더 높게 점쳐진다. 이미 한 차례 연임을 한 데 더해 전임 정권에서 임명한 인사라는 점에서다. 국민연금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인만큼, 정치적 외풍에 취약하다고 평가받는다.
사학연금은 이른 시점이긴 하지만, CIO의 연임 가능성도 점쳐진다. 사학연금은 2년의 임기 후 근무실적 평가에 따라 1년 단위로 재계약이 가능한데, 현재 전범식 CIO 체제 아래에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사학연금은 2023년 13.5%로 창립 이래 2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1.63%로 국민연금에 이어 국내 연기금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무원연금을 시작으로 다른 기관들도 '젊은' CIO로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시각이 많아, 하반기 CIO 공모가 본격화하면 70년대생들이 다수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행정공제회와 같이 CIO가 연임하는 사례도 있어, 기관이 '변화'보다 '안정성'을 중시한다면 교체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