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 대신 인센티브 축소·고가 HEV 믹스로 마진 방어 계획
日자동차 관세 15%가 '기준선'…한·미 협상 결과에 실적 달려
EV 보조금 종료 두고 하이브리드 차종 확대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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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영업익이 급감했다. 다만 미국발 25% 관세·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 악재가 겹쳤음에도 환차손이 줄어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다. 하반기 이후 실적은 한·미 관세 협상 결과와 하이브리드(HEV) 시장 점유율 확대 여부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24일 현대자동차는 실적 발표회를 열고 1분기 매출액 48조2866억원, 영업익 3조6336억원으로 집게됐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올랐지만, 영업익은 15.8% 하락했다. 2분기 미국발 관세로 약 8282억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7.5%을 기록했다. 기말환율 하락으로 외화부채 평손실이 줄었고 일부 충당부채가 환입돼 관세 부담분이 일정 부분 상쇄됐다. 다만 이는 일회성 요인에 가까워 펀더멘털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의 눈은 한·미 자동차 관세 협상 결과로 쏠린다. 당초 25일 한미간 관세 협상이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으로 연기됐다. 일본이 미국과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하며, 이미 시장에선 '자동차 관세 15%'라는 기준이 설정된 분위기다. 한국이 이보다 낮거나, 동일 수준의 관세 협상을 이뤄내지 못하면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 업체 대비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관세 정책에 대해 "현 시점에서 개별 기업이 관세 정책에 대해 논의하긴 어렵다"면서도 "관세 정책이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인센티브와 가격전략을 실시 ▲재료비, 가공비 절감 ▲부품 변경을 추진해 생산 효율화 등 여러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올해 미국 판매량 자체는 나쁘지 않다. 현대차는 작년 상반기보다 10.5% 증가한 47만6641대를 팔았고,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판매량이 3만7361대로 17.4% 늘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라인업도 강화됐다. 회사는 고마진 제품 믹스를 통해 손실을 방어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것이 현대차 그룹이 향후 실적을 방어할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부터 미국 전기차 세제 혜택이 전면 중단될 예정이어서 소비자 수요가 하이브리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Ⅱ'를 적용한 차량을 출시하고 하이브리드 적용 차종을 기존 7개에서 14개 차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전략에 대해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현 시점에서 가격 정책에 대한 확정적 답변을 할 수 없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정면으로 가격 인상을 선언하진 않지만, 인센티브(할인)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실질 가격을 높여 관세 부담을 흡수하고 있다.
3분기에는 관세 영향으로 1조가 넘는 영업익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회사는 "25년 가이던스를 잠정 유지하고, 8월 1일에 발표될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방향성을 기반으로 전략 고도화를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책을 적극 실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시장에서는 "기존의 점유율 방어하는 선에서 손익은 최대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실적 발표 이후 현대차 주가는 전일 대비 2.25% 빠진 21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