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자사주 소각 밝힌 HMM,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이유는?
입력 2025.07.28 07:00
    2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밝혀
    주가 급등에…이사회 결의 못 여는 중
    정부 기관 지분 보유…"소각하면 배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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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HMM이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한다고 밝혔지만 최근 주가가 급등하자 자사주 취득 시기와 관련해 이사회 결의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스로 평가한 적정가치를 주가가 웃돌면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MM은 지난 1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올해 안으로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에 나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중 5000억원은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2조원가량의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도 병행한다. 발행주식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HMM은 2020년 사명을 변경한 뒤 자사주 소각을 한 주도 하지 않았다.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오히려 발행 주식 수는 지난 2020년 3억주에서 최근 10억2503만9496주로 세배 넘게 늘었다. 통상 발행 주식 수가 증가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된다.

      이후 HMM의 주가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더불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북극항로 개발 등 호재가 발생하며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21일 오후 HMM은 전 거래일 대비 600원(2.40%) 하락한 2만4400원에 거래 중이다. 그러나 최근 3개월간 주가는 27.62% 상승했다. 지난 15일에는 장중 2만6250원까지 오르며 2022년 8월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주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법상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소각할 수 있다. 다만 HMM은 당초 계획과는 달리 자사주 소각과 관련한 이사회 결의를 열지 못하고 있다. HMM이 내부에서 스스로 평가한 주당 가치는 최대 2만5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통상 주가보다 일정 프리미엄을 얹어 매입하는 것이 관례지만, 현재 HMM 주가가 다소 높다는 판단에서다.

      더군다나 HMM의 최대 주주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로, 이들 지분율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각각 33.73%, 33.32%다. 정부 기관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자칫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소액주주들한테 시가 대비 프리미엄을 조금 주고 사서 소각하고,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라며 "현재 시점에서 소각할 경우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배임 혐의로, 나중에 이슈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HMM 향후 주가가 안정될 경우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또 수년 째 표류 중인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매각도 재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의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는 HMM 지분 매각을 적극 검토했는데, 올해 주가로는 당분간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주당 2만원으로 단순 가정했을 때 해진공과 산은 지분은 14조원, 산은 지분만 계산해도 7조원"이라며 "절반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한다 쳐도 현금 3조~4조원 수준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 가격은 기업 입장에서도 다소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마지막까지 HMM을 인수하고자 시도했던 곳은 하림그룹으로, 당시 HMM의 주가는 1만6000~1만7000원대를 오르내렸다. 산은과 해진공은 본입찰 당시 6조3500억원 상당의 희망가를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