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는 통매각 어렵다지만 분리매각 가능성은 요원
이마트 "분리매각 시 핵심점포 인수 고민 여지 있어"
중국 온라인 업체들 가능성 적지 않단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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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 홈플러스의 매각이 롯데, 쿠팡, GS 등의 난색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국내 유통사들이 현실적으로 통매각은 어렵다고 손사래 하는 가운데 이마트는 분리매각이 추진되면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토킹호스(stalking-horse) 방식으로 진행되는 홈플러스 매각은 인수 후보자를 먼저 선정해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한 후, 공개 입찰을 통해 최종 인수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앞서 발표된 계획 일정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15일 인수 의향을 지닌 기업과 조건부 계약을 체결하고, 21일 공개 경쟁입찰 매각공고를 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21일 현재 아직 인수 후보자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매각 주관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현재 홈플러스 인수 후보자를 물색하는 중이며, 9월까지는 선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앞서 발표된 계획안 일정은 이상적인 날짜"라며 "홈플러스 정도 규모의 회사를 사겠다는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리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9월까지는 인수 후보자를 찾는 과정을 진행할 예정으로, 상황에 따라 일정이 당겨지거나 늦춰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매각 과정이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보는 모습이다. 홈플러스가 매력적인 매물이라면 이미 인수 의지를 드러낸 후보자가 등장하고도 남았을 시점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주요 인수 후보로 이마트, 롯데, 쿠팡, GS, 농협, 한화, 징둥 등이 거론돼 왔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마트업계 경쟁 사업자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현재 점포 효율화와 내실화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인수의 실익이 크지 않아 유인이 없다는 평이 나온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유통 산업의 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현재 보유한 점포를 효율화하고 몸집을 가볍게 하는데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는 상황"이라며 "굳이 조직이 더 거대해질 선택을 할 이유가 전혀 없어 홈플러스 인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적지 않은 수의 점포가 인근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일례로 이마트는 홈플러스와의 경합지역에 위치한 매장이 50여개에 달하는 만큼, 추가적인 인수의 필요성보다는 오히려 경쟁 약화에 따른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업계 최강자로 떠오른 쿠팡은 오프라인 진출 의지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직접 보고 구매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적지 않은 신선식품은 쿠팡의 약점으로 지목돼 온 것은 맞지만, 신선식품 물류센터 등 유통망을 이미 구축해놓은 데다 현재 누적 데이터 등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여 나가고 있는 단계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쿠팡이 미국의 아마존 모델을 따라가다보니 시장에서 오프라인 매장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회사는 관련해 언급한 적이 없다"면서 "오프라인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홈플러스가 익스프레스 분리매각을 추진할 당시 인수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매각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는 모습이다. 다만 당시에도 투자 부담에 인수를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지며, 분리매각이 아닌 통매각을 추진하는 현재는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평이 나온다.
하나로마트 사업을 전개하는 농협도 후보자로 거론되지만 인수를 고민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하나로마트가 홈플러스를 통해 수도권에서의 입지를 넓혀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인수 여력이 크지 않아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국에 대형마트 126곳, 익스프레스 308곳, 물류센터 6곳 등을 보유한 홈플러스는 현재 통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통매각으로 가져갈 곳은 없지만 분리매각이라면 일부 고려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마트는 올해 2월 트레이더스 마곡점과 4월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에 이어 하반기에는 트레이더스 구월점 오픈을 앞두고 있는 등 신규 부지를 계속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홈플러스의 분리매각이 가능하다면 좋은 입지에 위치한 핵심 점포 등을 중심으로 인수 의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재로서는 분리매각은 요원한 분위기다. 분리매각 시에도 팔리지 않는 매물은 해결이 쉽지 않아 삼일회계법인은 매각 일정이 계획보다 늦어지더라도 통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며, 서울회생법원 역시 분리매각은 최후의 수단으로 여기는 모습이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현재 분할매각과 관련해 재판부에서 논의하거나 매각주관사가 보고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인수에 난색을 표하는 기업들은 인건비와 강성노조 등을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다른 사모펀드나 유통업과 크게 관계 없는 부동산을 고려해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 등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1만9000명이 넘는 직접고용 인원을 포함해 협력사 등의 일자리가 걸려있는 만큼 향후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모습이다.
국내 유통사들이 홈플러스를 떠안기 부담스러워하는 만큼 징둥닷컴 등 중국 온라인 업체의 인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대한 안전성을 조사하고 있으며 대상 품목도 확대하는 추세다. 중국업체와 정부가 한발씩 양보한다면 서로 윈윈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에서 KS규격 등 규제를 통해 중국업체들의 진출을 일부 막고 있는데 중국업체가 고용까지 승계되는 형태로 홈플러스를 인수해 오프라인을 확장한다고 하면 정부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서로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는 곳이 중국 온라인 업체가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