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칭찬' 권대영 부위원장 임명, 존치론 탄력
금융위 해체 안되면 '금감원 쪼개기'라도 추진할까
금감원 내부 반발…불확실성 확대에 긴장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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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위원회의 위상이 확대됐단 평가가 나오면서 당초 논의됐던 해체 시나리오가 수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 자체가 축소되거나 원점에서 논의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다만 금감원 분리론은 여전히 탄력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 개편 체계에 대한 논의가 상당 기간 진행된만큼, 조만간 대통령실이나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교통 정리'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준병 등 민주당 의원 10명은 최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여기에는 금융위를 분할하는 내용 대신 기재부의 국제금융 기능을 금융위로 이관해 금융위 역할을 오히려 확대하는 안이 담겼다. 당초 거론된 금융위 해체가 아니라 오히려 힘이 실리는 법안을 여당에서 발의한 것이다.
업게에서는 최근 권대영 전 금융위 사무처장이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것과 더불어 조직개편 방향성이 금융위 해체 대신 '존속'에 방점이 찍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권 부위원장은 '6.27 대출 규제' 정책을 주도하며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공개 칭찬을 받은 인물이다.
권 부위원장 인선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발표 이후 이뤄진 것이 아니라 체계 개편 이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존치'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며 주목을 받았다. 만약 금융위 해체 이후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체제로 전환될 경우 권 부위원장을 금감위원장에 선임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위는 정부 정책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조직 지키기에 힘을 싣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거래소를 방문해 불공정거래 감시 강화를 지시하자 금융위는 주가조작 근절을 위한 금융위·금감원·한국거래소 참여 합동대응단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 지시 한 달 만에 금융위가 주도하는 조직을 만드는 등 민첩하게 움직인 것이다.
위기감이 커지자 최근에는 금감원에 이어 금융위도 '로비전'까지 동참하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금 금융위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적극 동참하면서 '쓸모'를 증명하는 데 힘쓰는 분위기"라며 "권 부위원장이 이 대통령으로부터 칭찬을 받은 부분을 굉장히 크게 평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조직개편과 관련한 기류가 바뀌면서 금감원은 숨죽이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애초에 정부 조직개편의 골자가 기재부의 예산 권한을 떼어내면서 축소하는 데 있었던 만큼 현재 기류로만 보면 금융위와 금감원 개편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위가 현재의 형태로 존치할 경우 금감원을 금소원으로 분리하는 안이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계속 몸집을 키워가고 있는 양상이기 때문에 조직개편에서 남는 건 금감원을 쪼개는 것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은 조직개편 기류가 달라지자 23일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금융감독 체계 개편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여당 정무위 소속 김남근 의원은 이날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단지 제도 개선을 넘어 금융시장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경우 소봉형 감독체계(감독기관과 민원기구 분리)의 형태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부 조직 개편 1차 초안에도 기획재정부 예산 기능 분리, 금융위 기능 조정과 함께 금융감독체계 소봉형 개편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봉형 개편의 경우 금소원이 검사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에 쌍봉형 대비 금융기관들의 부담이 덜하다.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도 부담이 덜한 셈이다. 앞서 금융권에선 조직개편안에 대해 조직 분리 시 '시어머니'가 최대 4곳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반대로 금감원에서는 직원들이 소봉형 조직개편안에 대해 호소문을 내는 등 반대 목소리가 크다. 금소원이 사실상 민원처리 업무만 맡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직이 쪼개질 경우 금감원과 금소원은 서로 인적 교류가 불가능해지는데, 금소원으로 보내진 인력들은 기존 금감원 업무에서 배제되면서 강도가 높은 민원 업무만 맡게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누가 이동 대상이 될지를 놓고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김은경 전 처장은 이같은 분리안과 관련해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 직원들이 전부 이동하는 안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소비자학 분야 채용으로 일부 직원들도 금소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술렁이고 있다.
한편 조직 개편이 늦어지면서 금감원장 등 감독당국 수장 임명은 지연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정해야 하는 안이다 보니 여러가지 안을 논의하고 전달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라며 "최근에는 금감원 분리와 관련해서도 일부 관계자만 이같은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는 등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구윤철 기획재정부 부총리가 21일 취임한데다 길어지고 있는 논의가 자칫 '혼란'으로 비칠 수 있는만큼, 금융권에서는 조만간 교통 정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언급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