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DSR 강화 앞두고 대출 선반영…NIM·비이자 방어 총력
우리금융만 순이익 12% 감소…책준신탁 충당금 부담
'포용금융' 요구 커지나…상반기 '축포'에 실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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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금융지주들의 순이익이 10조를 넘어서면서 최대 실적을 경신했지만, 속내는 마냥 편치 않은 모습이다. 하반기 가계대출 규제를 앞두고 은행에 선제적인 자산 성장 수요가 몰리며 성장을 뒷받침한 가운데 하반기에는 보다 강력한 총량 제한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이 상반기 일제히 축포를 쏘면서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에 화답해야 할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4대 금융지주들의 순이익 합계는 10조325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31% 증가했다. 우리금융을 제외한 주요 금융지주들은 순이익이 두자릿수 큰 성장세를 나타내면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KB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3조435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3.8% 증가하면서 리딩금융을 차지했다. 신한금융은 전년대비 10.6% 늘어난 3조374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하나은행 순이익은 2조301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2% 늘어났다.
반면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큰 폭 뒷걸음질쳤다. 상반기 우리금융 순이익은 1조55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6% 줄어들었다. 우리금융 순이익 부진에도 금융지주들의 상반기 순이익 합계는 지난해 9조3526억원에서 올해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상반기에는 금융지주들의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고르게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KB금융 6조3687억원, 신한금융 5조7188억원, 하나금융 4조4911억원, 우리금융 4조5138억원으로 총 21조924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달 1일부터 시행된 하반기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은행에 선제적인 가계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성장률이 다소 반등하며 이자이익을 끌어올렸다. 일부 은행들은 기업대출에도 힘을 줬다. 지난 2분기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전분기대비 2.6% 늘어났고, 국민은행 기업대출은 전분기 대비 1.9% 성장했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은행들은 순이자마진(NIM) 방어에도 안간힘을 썼다. 4대 금융그룹 NIM은 전분기대비 1~3bp(1bp=0.01%포인트)소폭 하락하거나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비이자이익도 고르게 증가했다. 금리 인하로 유가증권 관련 손익이 개선된 영향이다. 당국의 가계대출 관련 규제가 이어지면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방카슈랑스 판매수수료가 크게 늘어나는 등 보험 판매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경기 부진에 따른 충당금 부담은 지난 상반기에도 지속됐다. 앞서 금융지주들이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해 왔던 만큼 2분기에는 관련 비용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관련 부담이 이어진 모습이다. 경기 전망에 따라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한 부분 외에도 부동산PF, 자산신탁 소송 등으로 충당금이 일제히 증가했다.
상반기 '리딩뱅크'는 2조2668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신한은행이 차지했다. 전년동기대비 10.4% 증가한 수치다. 반면 국민은행은 홍콩 ELS 기저효과로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45.3% 증가했는데도 신한은행과 792억원의 차이를 벌리면서 2위에 머물렀다.
하나은행은 전년동기대비 19.1% 증가한 2조85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우리은행 순이익은 1조557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유일하게 7% 감소했다. 다만 하반기 은행들의 '먹거리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가계대출 정책으로 평가되는 6.27 정책 이후 하반기 가계대출 여력이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9월까지는 기존 대출 신청분이 반영되면서 대출 잔액이 꾸준히 늘어나겠지만, 이후부터는 대출 '셧다운'을 우려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가계대출 외에 다른 부문에서 실적을 내야 한다는 고민이 지주 차원에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룹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환율 하락으로 1분기 대비 상승했다. 특히 환민감도가 높은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CET1비율은 각각 13.39%, 12.76%로 전분기대비 15bp, 31bp 큰 폭으로 상승했다. KB금융 CET1비율은 13.74%로 전분기대비 4bp 올랐고, 신한금융 또한 13.59%로 전분기보다 32bp 큰 폭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