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고공행진에 대기업·PEF발 블록세일도 증가 전망
입력 2025.07.29 07:00
    증시 호황 속 굵직한 블록세일 이어져
    금융·조선·코인 등 호황 산업에서 성과
    기업 조달, PEF 회수 움직임 이어질 듯
    증권업계도 블록세일 일감 늘까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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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들어 증시가 고공행진하면서 기업과 투자사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주식을 처분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유동성 확보나 투자회수를 위해 블록세일(시간외대량매매)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도 블록세일 자문 기회가 생길까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작년 코스피는 연말 비상계엄 여파로 2400 아래에서 마감했다. 올해는 대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히고 새 정부에서도 기업가치 제고를 강조하고 나서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코스피 지수는 3200 선을 오가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증시 호조 속에 블록세일 움직임도 잦아지고 있다.

      연초 IMM PE가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을 팔았고, 지난달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신한금융지주 지분을 털고 나갔다. 금융주는 작년부터 대표적인 밸류업 수혜주로 각광받았는데 새 정부 들어서도 배당 매력이 주목 받고 있다. 두 금융사 주가는 오버행 부담을 덜고 고공행진 중이다.

      KKR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을 처분했다. 산업은행은 1조원대 한화오션 블록세일을 단행했다. 모두 미국발 조선·해운 수혜주로 꼽혔고 지금도 견조한 주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친환경에너지 관련 주가 상승세를 타고 SK이터닉스 블록세일을 성사시켰다.

      이 외에 SK텔레콤은 카카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SK스퀘어 지분을 각각 팔아 전략적 협력관계를 종료했다. 올해 카카오는 인공지능(AI)과 가상자산 관련 기대주로 각광받았고,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의 덕을 봤다. SK에코플랜트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블룸에너지 지분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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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와 주요 기업들의 주가는 당분간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큰 변수가 생기면 증시가 출렁이게 되니 지금처럼 분위기가 좋을 때 보유 자산을 현금화하거나 투자회수 숙제를 마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PEF) 보유 포트폴리오 중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른 곳이나 굳이 보유할 필요가 없어진 대기업 보유 자산 등 블록딜로 나올 만한 것들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지난 2020년 LG CNS 지분 35%를 인수했다. 지난 2월 LG CNS가 상장하면서 일부를 구주매출했고, 현재 지분 21.5%를 갖고 있다. 다음달 6개월의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면 맥쿼리 보유 지분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LG CNS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를 웃돌고 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SK스퀘어 블록세일 당시 SK텔레콤 지분은 계속 보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양사가 협력할 필요성이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SK텔레콤 지분도 잠재적인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변동성이 크지 않은 주식이라 주가와 상관없이 언제든 블록세일이 추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IMM PE는 2019년 7500억원을 들여 신한금융의 전환우선주(CPS)에 투자했다. 이 투자 펀드의 만기는 2029년까지로 연장된 상황이다. 최근 신한금융 주가가 IMM PE의 전환가격(4만2900원)을 훌쩍 웃돌고 있어 지분 매각에 유리한 환경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조정에 한창인 SK그룹이 움직일지도 관심사다. SK㈜는 2021년 SK바이오팜 지분 11%(1조1163억원)를 블록세일로 팔았다. 여전히 지분율(64%)이 넉넉한 만큼 활용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지난 블록세일 당시 주가 급락으로 인해 소액주주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는 점은 부담스럽다.

      증시에 온기가 돌지만 현재 규제 환경상 ECM 분야에서 새로 대형 상장(IPO) 사례가 나타나긴 쉽지 않다. 투자은행(IB)이나 증권사 입장에선 업무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 얼마간의 수익도 낼 수 있는 블록세일에 관심이 갈 만하다. 기업이 자사주 정리를 위해 블록세일을 활용할 가능성도 살피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자사주를 보유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면서 증권사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며 "기업 상황에 따라 자사주 기반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할 수도 있고 블록세일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