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상장 시장 반등 위해 업계와 소통 확대 움직임 감지
업계, "당국 심사 기조 관련 변화 가능성 있다는게 공통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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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IPO 시장이 예년보다 침체를 겪은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상장 독려에 나선 모양새다. 최근 증권사 IPO 실무 창구와 접촉을 늘리는 한편, IR 행사 등 대외 채널에서 심사 완화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맞물린 중복상장 금지 원칙으로 인해 '빅딜'이 크게 줄어들며 IPO 시장이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려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실무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복수의 IB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거래소는 일부 증권사에 "하반기엔 예심 신청을 적극 검토해보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실무선에서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공식적인 지시나 명령은 아니고, 좋은 기업이 있다면 상장을 시도해보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기류는 이달 초 열린 '코스닥 커넥트' IR 행사에서도 감지됐다. 당시 증권사 IB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거래소 측은 특례상장 심사 기준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시 자리에서) 공식적인 완화 발언은 없었지만, 분위기상 전향적인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 상반기 IPO 시장의 부진에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과 맞물린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6월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시장 신규 상장 기업은 총 42곳으로, 전년 동기(59곳) 대비 28.8% 감소했다. 예비심사 청구 건수도 53건으로, 전년(88건) 대비 약 40% 줄었고 2023년(71건)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 6월 한 달간 공모금액은 974억원으로, 5월(2146억원) 대비 60% 이상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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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이 같은 위축의 원인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탄핵 정국에 따른 수급 불안과 금융당국의 보수적 심사 기조를 꼽는다. 이로 인해 기업과 증권사 모두 상장 '눈치보기'에 들어간 상황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는 "제조업은 연매출 300억원, 기술특례기업은 100억원 이상이 아니면 심사 통과가 어렵다"는 식의 '비공식 백서'까지 업계에 돌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만큼 상장 문턱이 높아졌다는 인식이 시장 전반에 퍼져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거래소의 최근 행보는,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기조에 발맞춰 침체된 상장 시장을 다시 움직이려는 전략적 대응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기능 정상화와 밸류업이 주요 과제로 부상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에 대해선 심사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당국의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는 해석이다.
한 증권사 IPO 실무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상장 심사 문턱이 계속 높아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증시 분위기에 맞춰 거래소도 보폭을 넓히려는 흐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소 측은 이 같은 해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사를 대상으로 예비심사를 직접적으로 독려한 적은 없다"며 "다만 주관사 측에서 미팅 요청 등 소통 기회가 생기면 적극 응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하반기 IPO 시장의 향방은 증시 반등세 지속 여부와 더불어, 거래소가 어떤 심사 스탠스로 시장에 응답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수 년새 상장 가능성을 저울질해 온 온라인 패션 스토어 기업 무신사 역시 거래소의 상장 심사 기류 변화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롯데글로벌로지스, DN솔루션즈 등 '대어'들의 연이은 상장 무산으로 공모시장 기대감이 꺾인 상황"이라며 "거래소가 얼마나 유연한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올해 IPO 시장의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