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 SK E&S 대치동 부지 인수 참여…비주택 부동산 투자 확대
입력 2025.07.29 07:00
    사업 재편 나선 호반, NH-한토신 컨소 이끌며 우협 낙점
    SK E&S 자회사 본사 터 매입…5000억대 거래 성사 임박
    호반건설, 상업·주거·시니어하우징 등 복합개발사업 검토
    서울시 사전협상 및 조단위 기부채납 조건은 사업성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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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호반그룹이 서울 강남 대치동에 위치한 SK E&S의 자회사 코원에너지서비스 본사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토지신탁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실제 자금 조달과 개발 추진을 주도하는 것은 호반그룹으로 확인된다. 기존 주택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오피스·상업시설 등 비주택 부동산 개발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호반의 전략이 이번 투자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SK E&S는 지난해부터 입찰 주관사로 CBRE코리아를 선정하고 해당 부지 매각을 추진해왔다. 정유·석유화학 시황 부진과 계열사 SK온의 실적 회복 지연 등으로 전사적인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약 5000억원대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초기엔 복수 운용사와 사모펀드들이 물밑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무산됐고, 올해 초 입찰제안서(IM)를 배포하며 경쟁입찰 방식으로 선회했다. 

      해당 부지는 SK 코원에너지서비스가 1990년대부터 본사로 사용해온 곳으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27-1번지 일대 약 1만5000평(약 5만㎡) 규모다. 현재 도시가스 본사 건물과 관련 부속시설이 들어서 있으나, 주변은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고 서울경제진흥원의 세텍(SETEC) 컨벤션센터, 탄천 등이 인접해 있다. 강남권 내에서도 입지·규모·향후 개발 잠재력을 모두 갖춘 '알짜 매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문제는 이 부지의 개발이 간단치 않다는 데 있었다. 해당 토지는 자연녹지지역으로, 종상향(용도지역 변경) 없이는 건축이 사실상 어렵다. 서울시와의 사전협상 절차를 거쳐 일반상업지역 등으로 바꿔야 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기여(기부채납) 규모는 최대 1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 외에도, 지자체가 요구하는 도서관, 커뮤니티센터, 공공임대 등을 새로 짓고 넘겨야 하는 구조다.

      앞서 연세의료원이 해당 부지에 병원 이전을 검토하며 이지스자산운용 및 SK디앤디 측과 협의에 나선 적도 있었지만, 서울시와의 사전협상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반면 NH-한토신 컨소시엄은 초반만 해도 보수적인 구성이었지만, 호반그룹이 핵심 출자자(LP)로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군인공제회가 추진 중인 수서역세권 개발처럼 공공성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합개발 성격의 딜"이라며 "입지나 평지라는 물리적 조건은 매우 좋지만, 지자체가 요구하는 공공기여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라 모든 디벨로퍼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직 실사와 본계약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호반이 NH-한토신 컨소시엄 내부에서도 가장 강한 드라이버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 거래는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많다. 업계 일각에서는 "호반이 실질 사업주가 되는 구조로 전환돼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까지 나온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컨소시엄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 만큼 개발사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NH-한토신 컨소시엄에 삼성물산이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삼성물산이 계획을 접은 후 호반건설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치동 부지의 향후 개발 구상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공동주택과 리테일, 시니어하우징을 포함한 복합개발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용도지역 종상향을 전제로 하면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 전체 연면적 10만평 이상 개발도 가능한 구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반그룹은 최근 주택사업 부진을 만회하고자 다방면에서 사업 다각화와 수주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서울 도심권역(CBD)에서 11곳이 몰리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연지동 사옥 입찰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주택사업 수주 확대를 위한 이례적인 시도도 병행 중이다. 호반건설은 올해 5월부터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수주정보제공 포상제도'를 실시, 수주잔고를 늘리려는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반건설의 분양수익은 2022년 2조원대에서 2024년 1조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주택 경기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기존처럼 자체사업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유지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미분양 물량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5만4000여가구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호반건설 역시 분양 시점을 조율하며 신규 주택 프로젝트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호반그룹이 최근 애경산업 등 소비재 기업 인수를 검토하거나 상장사 지분 투자를 확대하는 등 수익원 다변화를 모색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보유 현금만 7조원에 달하는 만큼, 다양한 운용사와 투자자문사들이 전략적 투자자(SI) 참여를 제안하거나 공동 투자 기회를 타진하는 등 물밑 접촉도 활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호반건설 측은 "컨소시엄 LP로 참여하는 것은 맞지만 향후 계획이나 투자 규모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