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거점점포 많아 '지역 소외' 우려도
은행권은 판매 요건 현실적 한계 토로하는데
지역 안배 고민에 피드백 고민하는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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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대규모 손실 사태 이후 고위험 금융상품을 다룰 수 있는 '거점점포' 지정이 한창인 가운데, 주요 은행들이 수도권 중심의 계획안을 제출했다. 구매력과 손실감내 능력 등을 감안하면 수도권 중심 배치가 맞지만, 금융당국 입장에선 지역 안배에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어 고민만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은 ELS를 판매할 거점 점포의 위치와 개수에 대한 계획안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는 지난해 홍콩 ELS 상품 판매와 관련한 대규모 손실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거점점포에서만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판매를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은행권은 지난 2월 금융당국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대책을 발표한 이후 TF를 구성해 거점점포 운영 방식 및 개수, 장소 등을 협의해 왔다. 오는 9월 이후 자체 점검이 완료된 은행부터 ELS 상품의 대면 판매가 재개될 예정이었던 만큼 7월까지는 관련 조율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는 은행권이 제출한 ELS 판매 거점점포 관련 내용에 대해 공식적인 피드백은 전달하지 않았다. 다만 상당수 시중은행들이 수도권 소재 점포를 중심으로 판매점을 지정한 것을 두고 고민 중인 상황이다. 판매 점포가 수도권에 집중될 경우 지역별 금융 접근성 차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지역 안배를 고려하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가 제시한 ELS 판매 거점점포 요건을 맞출 수 있는 점포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지방에 있는 기존 점포를 활용해 ELS 판매 거점점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이 발표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개선방안에 따르면 은행들은 ELS를 판매하는 거점점포에 별도 출입문 또는 층간 분리 등을 통해 영업점 내 다른 장소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판매공간을 마련해야 하고, 관련 자격증과 3년 이상 판매경력을 보유한 전담직원을 배치해야 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전담 인원을 따로 빼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는 있지만 상품 판매 자격증을 갖춘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배치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며 "다만 내방객 수, 지점 크기를 고려한 리모델링 효율성 등을 고려했을 때 지방에 요건에 맞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 대한 고민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주요 시중은행들이 거점점포 계획안을 수정해 지역 거점점포를 확대하면서 지역 점포를 재정비해야 할 경우 앞서 9월로 예상됐던 ELS 대면 판매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은행권에서도 이번 거점점포 제출안이 '최종안'이 아니라고 보고 당국과의 추가적인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형 시중은행들의 경우 ELS 거점점포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점포 수가 비교적 많은 편인데, ELS 판매가 가능한 요건을 갖춘 점포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밀집돼 있다 보니 당국에서도 고민을 하는 분위기"라며 "현재 금융위가 처리해야 할 현안이 쌓여 있어 확정까지는 시일이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