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다이글로벌, 8000억 투자 유치 윤곽…‘K-뷰티판 하이브’ 될까
입력 2025.07.30 07:00
    IMM PE 등 6곳 참여…JKL·프리미어 증액 가능성도
    프리IPO·연쇄 M&A·글로벌…하이브와 닮은꼴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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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뷰티’ 회사 구다이글로벌의 8000억 투자 유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투자자들과 최종 투자 금액과 조건을 조율 중이며, 이르면 내달 계약이 체결될 전망이다. 본격적인 자금 조달과 잇단 M&A(인수·합병)로 외형을 키운 구다이글로벌의 행보가 ‘K-엔터’에서 급성장을 이룬 하이브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구다이글로벌 전환사채(CB)에 투자하기 위해 실사에 돌입했다. 투자자들은 막판 투자 금액과 조건 등을 조율 중이며, 계약 후 딜 클로징은 내달이 예상된다.

      이번 투자 유치는 총 8000억원 규모로, 6000억원은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2000억원은 프로젝트펀드를 활용하는 투자자들로 구성됐다.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하는 투자자로 IMM PE가 2800억원을, IMM인베스트먼트가 14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JKL과 프리미어파트너스가 각각 1200억원을 투자한다. 나머지 금액은 키움프라이빗에쿼티(PE)와 벤처캐피털(VC) 컴퍼니케이가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투자할 계획이다.

      일부 투자자들의 투자심의위원회 절차가 남은 가운데, 프로젝트펀드 펀딩이 원활하지 않으면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하는 JKL과 프리미어 측의 투자 규모가 일부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투자 유치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IMM PE와 IMM인베스트먼트 측은 이미 투자 한도가 정해져 규모 변동 가능성은 적다.

      이번 CB 투자 기준으로 구다이글로벌의 기업 가치는 3조8000억~4조원 규모로 책정됐다. 인수를 추진 중인 서린컴퍼니 등의 회사 매출도 포함해 예상 실적이 산정됐다. ‘K-뷰티’ 시장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높은 몸값에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투자자들은 구다이글로벌의 실적 성장세와 글로벌 확장성을 고려해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구다이글로벌은) 연이은 브랜드 인수로 기초와 색조 라인들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일본 등 글로벌 유통 지역이 다변화돼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다만 서린컴퍼니 등 일부 브랜드는 국내에 너무 집중돼 있어서 글로벌 확장을 하고, 지역별로 제품 포트폴리오가 강화되어야 할 여지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자본시장 행보에 나선 구다이글로벌이 추가적인 M&A에 나설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프리 IPO 투자 유치도 서린컴퍼니(6000억원)와 스킨푸드(1500억원)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파악된다.

      K-뷰티 활황과 더불어 국내 인디 브랜드 매물도 넘쳐나는 상황이다. IMM PE의 에이블씨앤씨(미샤)도 항상 뷰티업계 잠재 매물 리스트로 거론되는데, 통매각이 여의치 않자 현재 어퓨 브랜드 분리 매각을 추진 중이다.

      다만 구다이글로벌 회사 내부적으로는 올해는 스킨푸드를 마지막으로 국내 매물을 검토하지 않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확장세에 있는 만큼 매력적인 매물이 등장하면 투자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시장에 거론되는 매물들은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글로벌 확장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오히려 추가로 M&A에 나선다면 해외 브랜드 인수 기회를 찾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 구다이글로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SM엔터·JYP·YG’ 3대 기획사가 자리 잡고 있던 국내 시장에서 후속 주자로 ‘K-엔터’ 대표 기업이 된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행보와 닮은 꼴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BTS)이라는 ‘히트작’을 탄생시키면서 기반을 닦았다. 스타 작곡가 출신 방시혁 의장이 프로듀싱한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하며 주목을 받긴 했지만, 대형사 아이돌만큼의 인기를 끌진 못했다. 그러나 이후 유튜브 등으로 오히려 해외에서 두터운 팬층(아미)이 만들어졌고, 미국 등 해외 음악 시상식에서 수상하며 국내에도 대중적 인기를 가지게 된 ‘역수출’ 케이스다.

      구다이글로벌의 본격적인 뷰티 브랜드 성장 출발점은 ‘조선미녀’ 인수였다. 대표 상품인 선크림이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끌며, 브랜드 인지도가 국내로 역진입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SNS를 통해 국내에도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후 올리브영 등 유통 채널에 입점했다.

      연이은 M&A로 몸집을 불린 전략도 유사하다. 당시 하이브는 BTS ‘원 히트’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단기간에 레이블을 빠르게 늘렸다. 구다이글로벌도 현재 보유 브랜드별로 실적 및 성장세에 편차가 있는 상황인데, 리스크를 상쇄할 전략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시선이 있다.

      역량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외부 유입이 아닌 후속작, 즉 자체 상품을 꾸준히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조선미녀 등은 외부 인수를 통해 확보한 브랜드인 만큼, 구다이글로벌 내부에서는 색조를 중심으로 한 자체 브랜드 개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랜드마크 딜로 본격 해외 확장에 박차를 가한 것도 뒤를 밟을까 주목된다. 하이브는 상장 약 6개월 이후 미국의 엔터사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하는 조 단위 크로스보더 딜을 단행했다. 이후에도 미국의 힙합 레이블 QC뮤직을 인수하며 현지 네트워크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기업이 급격히 확장할 경우, 투자 유치 및 M&A 등 다양한 일감이 생길 기대도 따라온다. 하이브는 상장 전 여러 차례 프리 IPO 및 벤처 투자를 유치했다. 시장에서는 구다이글로벌이 이번 프리 IPO 진행, 내년 시리즈 B 투자 유치 이후 IPO에 착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수 후 통합(PMI) 등의 사내 정비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하이브는 외형 확장에 따라 1년 만에 직원 수가 2배 이상 증가하며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구다이글로벌 역시 최근 잇단 인수로 지난 1년간 직원 수가 약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본사는 서울 영등포에 위치해 있으며, 각 법인이 분산돼 있는 만큼 강남권 내 사옥 이전도 검토 중이다. 하이브도 사옥을 이전한 뒤, 지주회사 체제 아래 멀티 레이블 구조를 구축하며 자체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구다이글로벌 관계자는 "원활하게 투자 유치가 진행되고 있으며, 다음 달 내 클로징이 예상된다"며 "현재로서는 당분간 추가 M&A 계획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