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이크론 소액주주 손들어준 법원...내달 가처분 부담 커진 태광산업
입력 2025.07.30 14:52
    법원, 소액주주 손 들어준 첫 사례
    신분증 사본 없는 위임장 1400장은 '이례적'
    주주행동주의에 힘 실리는 분위기
    태광산업 가처분 결과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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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하나마이크론에 대한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이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소액주주들이 법적 판단까지 이끌어낸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소액주주 및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8월 하순 가처분 신청 결과를 앞둔 태광산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28일 법원은 소액주주 7인이 제기한 하나마이크론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위임장 상당수에서 신분증 사본 기재가 없거나 대리권 수여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하나마이크론은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다음 날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위임장에 신분증 사본을 첨부하지 않는 등의 절차적 하자는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기업에서 종종 나타나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현장에서 변호사들이 위임장 진위 여부를 조율하거나 설득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다만 법원이 같은 사유로 주주총회 결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통상 위임장에는 신분증 사본을 첨부하는 게 관행이지만, 이를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법원이 위임장의 효력을 문제 삼기 위해선 보통 위조 여부까지 입증돼야 하는데 민사사건에서는 그 판단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이 이번 사건에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은 위임장 1400장 전부에 신분증 사본이 첨부되지 않은 이례적 상황을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해당 위임장들이 주총 표결 결과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원이 기존의 판단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번 결정 이후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설 여지가 커졌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다음 격전지인 태광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태광산업은 교환사채(EB) 발행을 두고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트러스톤이 제기한 이사 위법행위 유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은 8월 하순경 나올 예정이다.

      태광산업은 지난 1일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개발 관련 기업의 인수 및 설립을 위해 내년까지 총 1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 밝혔다. EB발행을 통해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이 필요했단 설명이다. 

      다만 태광산업이 자사주 전량을 대상으로 교환사채를 발행해야 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선도 있다.

      5월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금은 1조9000억원이다. 예비운영자금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여유 있는 수준이란 평가다.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6.1%다.

      신용등급 역시 A+로 회사채 시장에서 4% 내외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 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하다. 이제까지 회사채 발행 이력은 없다. 은행 차입금은 876억원 수준이다. 자사주를 담보로 한 교환사채 발행 외에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을 활용할 수 있었단 의미이다. 

      투자계획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선도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 18일 심문기일에서 신사업 투자계획 중 하나로 흥국생명의 사옥 유동화 사업에 712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의 최대주주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친인척으로 알려져있다. 

      트러스톤 측은 "흥국생명의 킥스(K-ICS) 비율이 낮아지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증자 명령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리츠 투자는 결국 이호진 전 회장 일가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태광산업은 하나마이크론보다 법적 쟁점이 더 복잡하게 얽혀 있어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기관 및 소액주주들이 보다 더 전향적인 자세로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태광산업의 가처분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