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솔루션즈 상장 재추진 안갯 속...몸값 올리려다 회수길 막힌 FI들 '셈법 복잡'
입력 2025.07.31 07:00
    밴드 상단 고집하다 IPO 철회…FI 엑시트 시계 제로
    "기업은 우수했지만 밸류가 과했다"…시장선 아쉬움 여전
    하단보다 낮춰 상장한 엠앤씨솔루션, 주가 세 배 올라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주목받았던 DN솔루션즈가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한 지 3개월이 지났다. '몸 값 눈높이'를 맞추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상장 재추진 일정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들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DN솔루션즈는 지난 4월 30일 코스피 상장을 철회했다. 앞서 6만5000원~8만9700원의 공모가 밴드를 제시하며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국내 기관 다수가 밴드 하단 또는 그 이하로 주문을 넣었다. 밴드 상단 이상으로 상장을 고집했다는 점에서, 고밸류 기대감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DN솔루션즈는 상장 전 FI들의 투자 규모가 컸던 까닭에 구주매출 비중이 전체 공모 규모의 57%에 달했다. 이번 IPO를 통해 2022년 투자자인 한국투자PE, KB인베스트먼트·화인자산운용, SKS PE는 전량 매각을 추진했고, 프리IPO로 참여한 산업은행과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보유 지분의 약 67%를 매각할 예정이었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DN솔루션즈 상장은 DN그룹을 위한 딜이 아닌, FI들을 위한 딜이라는 분석은 공모 이전부터 제기됐던 내용이다. 인수대금 펀딩 구조가 수 차례 바뀌며, 투자자들로 이뤄진 이해관계자들이 대거 늘어났기 때문이다.

      DN솔루션즈는 DN오토모티브가 2022년 MBK파트너스로부터 100% 지분을 인수하며 그룹에 편입됐다. 당시 DN그룹은 특수목적법인(SPC)인 지엠티홀딩스를 통해 인수했고,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FI(한투 PE, KB인베·화인운용, SKS PE)에 1700억원, 동아타이어에 5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영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사채 구조가 다소 조정됐다. 지난해 8월 27일 DN오토모티브는 512억원 규모의 사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 상환했고, 10월 8일에는 FI 3곳이 콜옵션(교환권)을 행사해 잔여 1190억원어치 사채를 DN솔루션즈 보통주로 전환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산업은행과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프리IPO 성격으로 2500억원을 유치했다. 양사는 공동 펀드를 통해 신주 833억원(전환우선주)과 구주 1667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아울러 산은·스틱은 IPO 무산 시 일정 수익률을 보장받는 풋옵션, 상장 기한 내 미이행 시 드래그얼롱과 콜옵션 조항까지 포함시켰다.

      이처럼 올해 상장을 전제로 한 투자 계약이 지난해 다수 체결됐지만, 현재 DN솔루션즈는 상장 재개에 신중한 분위기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DN솔루션즈는 당분간 IPO 재개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FI들이 원하는 밸류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IB 관계자는 "FI 수가 많아 이해관계도 복잡하고, 시장 상황도 만만치 않다"며 "지금은 상장 시점을 다시 타진하기보단 상황을 관망하는 단계로 보인다"고 전했다.

      DN솔루션즈가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가 밴드 상단을 고집한 배경으로는 일부 투자자의 암묵적 압박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밴드 하단 또는 소폭 낮은 가격으로 상장했더라면 충분히 물량소화가 가능했을텐데, 공모가를 높이려다 주문 물량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상장한 엠앤씨솔루션 사례도 자주 언급된다. 엠앤씨솔루션은 지난해 말 공모 밴드(8만~9만3000원)를 크게 하회한 6만5000원에 상장을 단행했다. 수요예측 흥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욕심을 접고 강행한 결과, 현재 주가는 16만원대를 기록 중이다. 보호예수 기간 동안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 통한 사례다.

      상장이 기약없이 미뤄지며 일부 투자자 사이에선 불만도 감지된다. 다시 상장 공모에 나선다 해도 이번처럼 적정 공모가를 두고 주주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제기될 수 있는만큼, 내부적으로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평가도 있다. 

      수요예측에 참여했던 한 기관은 "DN솔루션즈는 기업 자체에 대한 평가는 매우 좋았지만, 밸류를 과하게 부풀렸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지금 상장을 다시 해도 크게 달라질 게 없을 텐데, 그때 그냥 하단으로 상장하는 편이 낫지 않았겠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