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 못 챙기는' 합동대응단 출범에 속 끓는 금감원
입력 2025.07.31 07:00
    합동대응단 출범했지만…실무 부담은 고스란히 금감원에
    조사 실적은 금융위로, 업무는 금감원이…현장선 불만 고조
    의심 거래 넘기는 거래소…조사 건수 폭증에 금감원 '과부하'
    인력은 그대로, 일은 두 배…금감원 '인력 충원' 요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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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불공정거래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강경 대응 기조가 강화되면서 합동대응단이 출범했지만, 정작 실무를 맡는 금융감독원은 불만이 적지 않다. 금감원이 받아서 조사해야 할 '일감'은 넘쳐나는데, 실적으로는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또다시 '금융위 좋은 일'만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30일 금감원·거래소와 함께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출범했다. 지난 9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신청방안'에 따라 초동대응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금융위·금감원·거래소가 유기적 협업체계로 움직인다.

      이처럼 세 조직이 불공정거래 척결에 힘을 모은 건 지난달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거래소를 찾아 "대한민국 주식 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 걸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엄단 의지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해체 위기에 놓인 금융위는 곧바로 합동대응단을 꾸려 불공정거래를 엄단하겠다며 정부 정책에 힘을 실었다.

      한국거래소 또한 이번 합동대응단을 계기로 시장감시 기능을 강화하며 전담 임원을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했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적발을 강화하기 위해 2016년 이후 10년 만에 증원에 나선 것이다. 

      세 조직이 뭉쳐 합동대응단을 구축했지만 금감원 직원들 사이에서는 연신 갑갑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일은 도맡아 하면서 '금융위' 이름으로 일해주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일반 검사는 금감원이 진행하고, 금융위는 관련 제재 등에 관여한다. 반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는 금융위와 감독원이 동일한 조사 권한을 가진다. 오히려 금융위가 임의조사 뿐만 아니라 현장조사, 포렌식,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도 가능해 금감원보다 더 많은 조사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금감원에서는 불공정거래 관련 조사에서 금융위 역할이 없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동일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금감원의 조사 결과를 금융위의 실적으로 만드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같은 기능을 그대로 가져갈 바에야 금감원에 권한을 달라는 얘기가 과거부터 나왔었는데, 금융위는 늘 공동 조사를 주장해 왔다"라며 "금감원이 공동 조사에서 실적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자본시장조사단 소속 임원들의 자리 보전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입장에선 시장감시 역할을 하는 거래소 또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거래소가 이상 징후를 포착해 금감원에게 넘겨주는 불공정거래 의심 건이 늘어날수록 금감원이 조사해야 할 건수 또한 불어나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의심 사례를 전달하면 금감원은 무혐의 가능성이 높더라도 반드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일부 이상 거래는 거래소가 직접 조치를 내리기도 하지만, 사건 은폐 및 축소 의혹을 피하기 위해 웬만하면 금감원으로 이상 거래를 넘겨주고 조사를 받게끔 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로부터 받은 킬(기각)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보니, 받는 순간부터 무혐의가 되든 조치를 하든 간에 불공정거래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며 "지금 밀려 있는 사건만 수십 건으로, 긴급한 것만 처리해도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나의 사건당 많으면 수십 명이 연루돼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계좌를 추적하고, 주가 조작한 사범들이 어떻게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확인하고 불공정거래 여부를 입증하는 데 6개월~1년까지도 걸린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검사 확대를 위한 타 부서 인력 동원이나 신규 충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금감원은 합동대응단에 파견된 18명 가량의 조사3국 인력은 합동대응단의 신규 불공정거래 검사에 집중하고, 기존 진행되던 조사 3국 검사는 조사1국·2국이 나눠서 검사하거나 완결키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금감원 전체 인력을 그대로 두고 조사국 인원만 확대하면 다른 부서가 모두 피해를 보기 때문에 별도의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라며 "조사 인력이 필요하면 '플러스 알파'를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다른 부서에서 인력을 차출할 수밖에 없어 타 부서의 업무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