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는 못지켰으나 최악의 상황만은 면해
연간 최대 7조원 이상 타격 전망
현지 생산, 공급망 다변화 등 구체적 전략 마련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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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정부가 관세 협상을 매듭지었다. 당초 25%의 관세 부과가 예정됐던 한국 완성차 기업들은 최종적으로 15%의 관세 부과란 성적표를 받았다. 우리나라가 주장한 12.5%의 관세는 받아들여지진 않았으나 '최악의 상황'만은 피했단 평가다.
현대차를 비롯한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들에 적용되던 한미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은 사실상 종료됐다. 전세계 가장 큰 완성차 시장인 미국에서 일본과 유럽연합(EU) 기업들과 동일한 관세를 적용받게 됐는데, 가격경쟁력이 무기였던 우리나라 완성차 기업들이 '앞으로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인가'가 가장 큰 관건이 됐다.
한미 관세 협상 결과 발표 직후 현대차그룹은 "15%라는 관세가 적용됨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의 경쟁력 제고가 중요한 상황이다"며 "현대차·기아는 다각적 방안을 추진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란 입장을 발표했다.
기존 25%였던 대미 관세가 15%로 낮아지긴했으나 향후 판매량과 실적에 미칠 영향은 상당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25%의 관세부과 당시 현대차(8282억원)와 기아(7860억원)는 총 1조6000억원가량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조6000억원 역시 2분기 중반부터 적용된 관세이기 때문에 3~4분기에 풀코스로 영향을 받게 될 경우 피해액은 더 커질 수 있단 평가도 내놨다.
기존 관세가 유지됐다면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9조원 이상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5%의 관세가 부과할 경우도 부담이 적지 않은데 약 5조6000억원에서 많게는 7조5000억원 수준까지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단 예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제1시장인 미국에서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현지 생산을 늘리고, 공급망을 재편하는 등 세부적인 전략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끝나 불확실성이 걷힌 만큼 구체적인 전략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하기 위한 논의도 본격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초 정의선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미국 조지아주의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생산 확대와 현대제철의 현지 제철소 건설 등을 포함해 총 210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향후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금액 변동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단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25%의 관세 부과 당시에도 미국 현지 판매 차량에 대한 가격은 인상하지 않았다. 현대차의 대표적 경쟁상대인 토요타는 7월부터 미국 판매 차량 가격을 평균 208달러(약 30만원) 인상했다.
앞서 스바루, 미쓰비시 등도 가격을 올렸고 포드 역시 멕시코산 일부 모델에 대한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현대차는 수익성 방어를 위한 가격인상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는데, 손실을 일부 감수하고서라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겠단 전략으로 풀이돼왔다. 현대차가 현지생산, 공급망 다변화로 대응한다하더라도 가격 인상 없이 미국 판매를 이어가는데는 한계가 있단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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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관세 협상 결과 한국과 미국은 자동차·트럭 등 일부 품목에 대한 한국시장 완전 개방에 합의했다. 일부 미국산 제품이 무관세로 한국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단 한국 완성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자동차 시장 완전 개방에 따른 여파는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15% 관세 부과로 인해 현대차와 기아 등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이미 예정됐던 수준이기 때문에 오히려 불확실성이 걷혔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 주가는 이날 오후 12시 기준 전일대비 마이너스(-) 4% 하락했다. 지난 23일 미국 일본 관세협상 타결시 기대감을 선반영하며 올랐다가, 관세 이슈가 마무리되자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