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PRS로 자본확충 돌파구…LG화학·에코프로도 활용 나설까
입력 2025.08.01 07:00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지 않는 PRS, 조달 수단으로 인기
    공모 시장 위축 속 LG화학·에코프로도 활용 가능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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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이 SK온과 SK이노베이션의 유동성 강화를 위해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핵심 조달수단으로 활용하면서, PRS가 대기업 자본조달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적 악화와 신용등급 강등 속에서 전통적 조달 수단에 제약이 커지는 가운데, 업황이 부진한 LG화학과 에코프로그룹 등도 PRS 활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자회사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을 발표하며, 총 5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안을 내놨다. FI가 보유한 SK온 지분 3조5880억원을 인수하는 한편, SK온(2조원)과 SK IET(3000억원)에 대한 유상증자도 진행한다. SK㈜는 SK이노베이션 증자에 4000억원을 직접 출자하고, 나머지 1조6000억원은 PRS 계약을 통해 조달한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자회사 증자에 필요한 자금을 PRS를 활용해 마련한다.

      PRS는 일정 기간 후 기초자산(자회사 주식)의 주가 변동분을 정산하는 파생계약이다. 만기 시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가 기업에 차익을 지급하고, 반대로 하락하면 기업이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 투자자는 매년 일정 수수료를 받고, 만기까지 기본적인 수익이 확보된다.

      이 같은 구조 덕분에 PRS는 투자자 입장에선 ‘안정성이 보장된’ 투자 수단으로 꼽힌다. 원금 손실 우려 없이 수수료 수익을 꾸준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 입장에선 리스크가 뒤따른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수수료 외에 손실보전 부담까지 안게 되는 까닭이다. 자회사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체결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결국 PRS는 자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 수단으로 해석된다. 

      전통적으로는 공모 회사채가 가장 저렴한 조달 수단으로 인식돼왔지만, 수익성 둔화와 업황 침체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공모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차입 규모가 이미 상당한 기업들일수록 회계상 부채 증가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PRS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LG화학과 에코프로그룹은 시장에서 PRS 활용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LG화학은 전방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배터리 설비투자로 순차입금이 2022년 말 7조5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22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연간 10조원 이상 설비투자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지난 6월에는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약 80%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2년 전 발행한 2조5900억원 규모의 EB(교환사채) 절반을 조기 상환하고 차환 EB를 발행한 바 있다. 이미 EB를 활용한 만큼, 자회사 지분을 기반으로 한 다음 조달 수단으로 PRS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도 실적 악화와 신용등급 하락으로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올해 6월, 두 회사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각각 A-에서 BBB+, A에서 A-로 하향 조정됐다. 2024년 연결 기준 에코프로는 2930억원, 에코프로비엠은 3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2025년 1분기에는 흑자 전환했지만, 이는 일회성 요인에 따른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적자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코프로비엠은 헝가리, 포항 등 주요 양극재 설비 투자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등급 강등으로 공모 시장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PRS를 활용할 유인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에코프로는 지난해 1000억원 규모 EB 발행 당시 투자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750억원과 300억원으로 시차를 두고 나눠 발행하기도 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에코프로그룹은 PRS 딜이 나올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며 “공모채 발행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회계상 부담 없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PRS 활용 검토가 활발히 이뤄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