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vs 삼성E&A 생존게임…제 살 깎는 경쟁 격화
입력 2025.08.01 07:00
    삼성전자發 공사물량 줄어들자
    삼성물산 vs 삼성E&A 계열 수주 확보에 총력전
    초대어 삼성바이오 6공장 수주전이 관건
    제 살 깎는 경쟁수주 우려에도 '관망'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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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물산과 삼성E&A, 넓게는 삼성중공업까지 삼성그룹의 제조 계열사들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해왔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전자계열사, 어느덧 그룹 내 위상이 높아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굵직한 발주처의 공사는 삼성물산과 삼성E&A는 나눠서 수주하는 관례가 이어졌다. 이 같은 우호적(?)인 관계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 발주 물량이 넘쳐났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수 년간 삼성전자는 물론 계열사 공사 물량이 급감하며 이 같은 관례에도 금이가기 시작했다. 삼성물산과 삼성E&A 모두 계열사 발주가 줄어들며 생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상황. 계열사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삼성그룹 제조 계열사들의 내부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사의 경쟁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발주한 용인시 기흥구 현장에 있는 '연구동(NRD-K)' 공사가 단초가 됐다. 이제까지 삼성전자의 발주는 대부분 삼성물산이 수주해왔기 때문에, 관례대로라면 해당 발주 역시 삼성물산의 수주가 아주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돌연 삼성E&A가 입찰제안서를 제출하며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해당 발주건은 아직 최종적으로 시공사가 선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부터 현재까지 삼성물산과 삼성E&A 등은 삼성전자 계열회사의 발주 공사에서 수시로 맞붙고있다. 특히 해외 현장의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번번이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데, 삼성물산 측이 비교적 우위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 물량이 급감하며 양사가 양질의 수주 물량 확보를 위해 총력을 다하면서 개별 수주전에서 맞붙는 일이 상당히 많아졌다"며 "과거 계열사 공사를 나눠서 수주하던 관례도 점차 흐릿해지는 모습이다"고 했다.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의 발주 공사는 보안상의 이유로 경쟁입찰 가능성이 적고, 미수금 발생 가능성도 낮다. 삼성물산과 삼성E&A 모두 외부에서 수주하는 것보다,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 진행이 가능한 계열 공사 수주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 온게 사실이다.

      실제로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삼성전자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파운드리 시장의 침체로 삼성전자 P5공장 발주가 중단되는 등 최근 수년 간 삼성전자 발(發) 공사가 크게 줄어들면서 사업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은 계열공사의 수주부진을 한동안 멈췄던 도시재정비 사업에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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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E&A 역시 수주에 애를 먹고 있다. 

      2분기 기준 수주 잔고는 약 18조2000억원이다. 2023년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고는 있지만 분기 기준 신규 수주가 급감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란 평가다. 실제로 삼성E&A의 2분기 신규수주는 2310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9조5030억원) 대비 97.6% 감소했다. 관계사 물량이 포함된 수주잔고는 매년 줄어들어 지난 2023년말엔 약 7조1468조억원이었으나, 올해 2분기 기준 5조1524억원 수준에 그쳤다. 당분간은 주력인 화공분야에서 수주잔고를 크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계열사 물량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란 평가다.

      양사의 관심은 곧 발표할 삼성바이오로직스6공장 시공사 선정에 쏠려있다. 이제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사는 삼성E&A가 대부분 도맡아 왔는데, 삼성물산이 계열 물량 확보를 위해 참전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물산의 자회사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추후 회계처리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수주전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삼성물산과 삼성E&A의 내부 경쟁은 발주처의 입장에선 나쁘지만은 않다. 경쟁입찰을 통해더 나은 조건을 이끌어 낼 수 있단 장점도 있다. 발주처를 차치한, 양사의 입장에선 수주잔고를 쌓기 위한 과도한 출혈경쟁이 수익성을 저해하는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삼성물산과 삼성E&A의 경쟁이 격화하는 배경을 삼성그룹의 3대 태스크포스(TF) 중 하나인 ‘EPC경쟁력강화TF’에서 찾는 목소리도 있다. 삼성그룹은 미전실을 해체하며 컨트롤타워를 3곳(▲사업지원TF ▲EPC경쟁력강화TF ▲금융일류화추진TF)으로 재편했다. EPC경쟁력강화TF는 삼성물산, 삼성E&A, 삼성중공업 등 제조계열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으로 구상됐다. 다만 최근 계열사 간 사실상 제살깎기 경쟁 상황에서도, 사업 일정 조율 등과 같은 본연의 업무에서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