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인수자 없는 홈플러스…농협 거론되는 가운데 정부 개입 변수
입력 2025.08.04 07:00
    정치권·노조 압박 속 공공성 역할론 부상
    하나로마트와 시너지 가능성도
    농협 설립 취지에도 부합 평가도 나와
    다만 농협은 자금 사정 녹록지 않아
    딜 성사는 정부 개입 여부에 달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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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양선우 기자)

      농협중앙회를 둘러싼 부실 경영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 인수자로 농협이 부상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측은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에선 사회적 책무와 유통사업 확대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결국 홈플러스 매각이 공회전을 할 경우  관건은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매각 성사에 나서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법원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는 통매각을 선호하고 있으며, 노조도 폐점 없는 고용보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매수자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대형 유통사들이 사업성 우려로 인수에 소극적인 가운데, 농협중앙회가 ‘구원투수’로 나설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농협은 이미 전국적으로 하나로마트를 운영하고 있어 유통사업 기반이 있다. 특히 신선식품 유통에 강점을 가진 하나로마트와 대형점포 및 익스프레스 형태로 수도권에 거점을 둔 홈플러스의 구조가 상호보완적이라는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하나로마트가 신선식품에 집중된 반면 홈플러스는 도심 거점에 기반한 종합 유통망을 갖추고 있어, 인수 시 시너지 여지가 크다”며 “농산물 판매 채널 확대라는 측면에서 농협의 설립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의 고용보장 요구가 명확하다는 점도 농협이 인수 적격자로 지목되는 이유다. 홈플러스 노조는 지난 26일 충북대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폐점 없는 온전한 고용보장”과 “단체협약의 완전 승계”를 요구했다. 이는 공공성을 갖춘 인수자가 아니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현 정부가 ‘노동 존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홈플러스 매각 과정에서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농협의 ‘공공적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정부 부담을 일부 분담하면서 동시에 정치권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농협 측에서도 섣불리 인수에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다. 농협중앙회는 매년 농협금융으로부터 9000억원가량을 배당을 받지만 보유한 현금이 3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자금사정이 좋은 편이 아니다.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선 채권 발행 등 외부자금 수혈을 통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부담이 작지 않다. 여기에다 하나로마트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홈플러스를 떠앉았다가 농협중앙회가 부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협이 인수 할 경우 하나로마트와 홈플러스 중복 매장 처리 문제도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마트가 이미 수도권과 지방에 2200여개나 포진한 상황에서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장수도 413개에 이른다. 홈플러스 노조가 폐업을 결사 반대하는 상황에서 중복 매장 정리에 어려움울 겪을 수 있다. 

      나아가 두 브랜드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난관이다. 대형 M&A 경험이 없는 농협이 섣불리 인수에 나섰다가 PMI 과정에서 하나로마트까지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결국 딜의 성사는 정부가 칼자루를 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홈플러스 노조가 결사 투쟁에 나서는 가운데 정부로서도 마냥 홈플러스 매각을 손 놓고 볼 수만은 없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농협에 ‘러브콜’을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에서 나선다면 농협으로서도 홈플러스 인수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 정치권은 최근 농협중앙회를 둘러싼 인사 논란, 부실대출, 내부통제 부재 등을 집중 질타하고 있다. 여야 모두 농협중앙회장의 과도한 권한을 축소하는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농협의 지배구조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농협으로서도 농협 개혁에서 유리한 고지한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경제 논리만으로 접근하면 농협이 거리를 둘 수 있지만, 정치·사회적 맥락까지 고려하면 이탈이 쉽지 않은 구조”라며 “정부·노조·정치권 모두를 일정 부분 만족시킬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다면 농협 입장에서도 일정 부분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