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사고·전산 장애 등 내부통제 이슈도 심사에 영향
삼성증권은 대주주 리스크 해소…사실상 유력 후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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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추진 중인 증권사들이 금융당국의 판단을 기다리는 가운데, 키움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대주주 리스크로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두 회사의 대주주ㆍ관계사가 김건희 특검의 수사선상에 오르며 인가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다.
1일 현재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곳은 삼성증권,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등 5개사다. 발행어음은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야 취급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이 인가를 받은 상태다.
증권사들이 인가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내년부터 인가 요건이 대폭 강화되기 때문이다. 개정된 기준에는 ▲2년 이상 IMA 및 종합투자 실적 ▲대주주 제재 이력 ▲자기자본 요건의 2년 연속 충족 등이 포함돼,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 기회라는 평가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5곳 중 이른바 '김건희 집사 게이트'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키움증권과 신한투자증권 2곳의 인가 불확실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나 나온다. 발행어음업 심사 기준에 '대주주 적격성'이 포함돼있어 향후 수사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 아내 김건희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 측근이자 집사로 불렸던 김예성씨의 적자 렌터카 기업 IMS모빌리티에 2023년 대기업과 금융사 총 12곳이 184억원을 투자한 경위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이중 신한은행은 30억원을, 키움증권은 10억원을 투자했다. IMS 투자가 단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는 정권 실세와의 친분을 활용한 보험성, 또는 대가성 성격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수사 배경이다.
특히 직접적으로 연루된 키움증권이 인가에 먹구름이 꼈다는 설명이다.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지난달 17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정권 핵심 인물 연루 이슈와 맞물린 사안으로, 인가 여부에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IMS 투자 주체가 신한은행이지만, 같은 금융지주 산하 은행이 30억원을 투자한 만큼 대주주 결격 사유와 무관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업무 중 13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낸 사고도 악재로 꼽힌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ETF LP 담당 직원이 대규모 손실을 냈다. 직원은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았고, 법인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예상된다.
메리츠증권과 하나증권 역시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메리츠증권은 2021년 이화전기 등이 1700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자사 임직원의 부정거래 의혹으로 작년 12월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하나증권은 모그룹인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재판이 대법원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고, 최근 내부 직원의 불공정거래 혐의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랩·신탁 불법 운용' 사태로 받은 기관경고도 발행어음 인가 심사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이 그나마 한숨 돌린 상황이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법원 무죄 판결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해소되면서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7년 첫 신청 당시 법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사업 인가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인가 불확실성이 가장 크다는 시각이 많다"며 "하나·메리츠도 결격 사유가 있지만 비교적 가벼운만큼, 금융당국이 어디까지 발행어음업 문을 열어주느냐 판단에 따라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