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상장 좌초 핀테크 기업들...수익성 부재ㆍ고평가 논란에 '머나 먼 IPO'
입력 2025.08.04 07:00
    IPO 공식화 수년째나…예심 청구 등 실질적 진전 '제로'
    "사업성도, 기술력도 애매"…보수적 심사도 부담 요인
    수익모델 부족·고평가 논란 지적…"시장과의 간극 뚜렷"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벌써 수 년째 상장을 타진해 온 주요 핀테크 기업들의 IPO(기업공개)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장을 전제로 투자를 유치해 몸집을 불려왔지만, 막상 한국거래소 예비심사 단계에 도달한 기업조차 없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선 미국 상장으로 방향을 튼 비바리퍼블리카(토스)를 제외하면 국내 핀테크의 증시 입성은 앞으로도 난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청사진과 달리 수익성이 애매한데다,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거래소 역시 핀테크 기업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31일 증권가에 따르면 뱅크샐러드, 한패스 등 국내 주요 핀테크 기업들은 2~3년 전부터 순차적으로 IPO 추진 의사를 밝혀왔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진척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자산관리 앱으로 알려진 '뱅크샐러드'는 지난해 주관사 선정 이후 상장 준비를 이어가고 있으나, 당국과의 사전협의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송금 전문 핀테크 플랫폼 '한패스' 역시 2023년부터 IPO를 추진해왔지만, 주관사 교체 외에 구체적인 절차 진행은 없었고, 최근 들어 오는 9월 예비심사 청구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덩치'가 있는 케이뱅크가 세 번째 상장 도전에 나서면서 비교적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미 두 차례 상장에 실패했고, 세 번째 주관사단을 구성한 상황이다. 앞선 두 차례 시도에서는 시장 기대와 괴리된 고밸류 구조가 주요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1분기 실적 부진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1분기 이자이익은 10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고, 순이익은 68% 줄어 인터넷전문은행 중 유일하게 실적이 역성장했다. 업비트 예치금에 대한 이용료 지급이 실적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1분기 수신 잔액 중 약 19%가 업비트 예치금으로 나타났다. 예금은 늘었지만 대출 확대가 제한된 상황에서 자금 조달 비용만 커지는 구조적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FI들이 여전히 케이뱅크의 목표 기업가치를 5조원 수준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1분기 실적 부진 등을 고려하면 시장에서 그 가치와 성장성에 대한 공감대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핀테크 업체의 상장은 2021년 11월 카카오페이 상장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약 3년간 주목할 만한 신규 상장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카카오페이는 상장 당시 약 1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당시에도 고평가 논란이 제기됐다. 이후 류영준 전 대표 등 경영진의 스톡옵션 매도 논란과 실적 부진이 겹치며 주가는 하락세로 전환됐고, 현재까지도 공모가(9만원)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핀테크 기업들의 상장 지연이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인프라 구축에 높은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하고, 수익 실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업종 특성상 FI 유치는 불가피하지만, 이로 인해 지배구조가 복잡해지고 IPO 과정에서 합리적인 밸류에이션 산정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모델 측면에서도 상장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한 증권사 IPO 실무자는 "핀테크 기업 중 상당수가 수익 모델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기술력이 뚜렷하지 않아 기술특례상장도 실질적으로 어렵고, 상장 전략 자체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업종 특성과 더불어 거래소의 보수적인 심사 기조도 상장 장벽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는 매출 실적 등 사업성을 핵심 심사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흑자 전환이 어려운 핀테크 기업에는 불리한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카카오페이도 상장 이후 분기 기준 흑자 전환까지 4년이 걸렸다. 업계에 따르면 심사 과정에서는 매출 실적 외에도 사업계획의 타당성, 규제 적합성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기존 금융권 및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 속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단기적으로 핀테크 기업의 IPO 시장 진입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도 지금 시점에 IPO를 시도했다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당시(2021년)는 유례없는 유동성 장세였기에 가능했던 예외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당시와 같은 시장 유동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핀테크 업체들이 실질적인 수익 모델을 입증하는 것이 상장의 전제 조건"이라며 "특히 내부 투자자들의 기대치와 시장 간 괴리를 좁히지 못한다면, 핀테크 IPO는 당분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