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적 과제로 떠오른 리테일…성과급까지 연동
IB 딜이나 기업 IR에 WM 붙여 전방위 영업 나서
성과 일부 가시화…패밀리오피스 200가문 돌파
삼성·미래證 격차 여전…하반기 실적이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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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IB) 부문 강자로 꼽히는 NH투자증권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미했던 '리테일' 분야 강화에 본격 나섰다. IB는 물론 리서치 등 전사적인 역량을 동원해 리테일 부문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줄곧 리테일 사업 강화 의지를 드러내 왔는데, 올해 들어 관련 조직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이례적으로 '미디어 데이' 행사까지 열고, 윤 사장이 직접 리테일 전략을 대외에 설명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IB, 리서치, 자산관리(WM), 퇴직연금 등 거의 모든 사업 부문에서 리테일과의 연계 강화를 추진 중이다. 단순한 협업 독려를 넘어, 리테일과의 협업 실적을 핵심성과지표(KPI)에 연동해 성과급에 직접 반영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회사 한 관계자는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리테일 부문과 시너지를 내지 못할 경우 IB 부서 기준으로 성과급이 최대 30%까지 삭감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IB와 리테일 부서 간 실질적인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IB 커버리지팀이 특정 기업에 회사채나 IPO 등 상품을 제안할 때, 동시에 WM 조직이 해당 기업 임직원의 리테일 계좌 개설을 유도하는 방식의 전방위적 영업이 전개된다. 리서치센터도 예외는 아니다. IR(기업설명회) 현장에 WM 직원이 동행해 명함을 교환하고 잠재 고객 기반을 마련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한 증권사 PB는 "리테일 영업은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인데, 리서치 주관 IR에서는 평소 접점이 어려운 C레벨 인사와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며 "단순히 명함만 교환해도 이후 영업에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IB 부서 기준으로 WM·퇴직연금 등 리테일 협업 점수가 KPI 내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겉보기엔 비중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체감 영향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IB 부서는 대체로 KPI 대부분 항목에서 만점을 받기 때문에, 리테일 연계 항목 하나가 성과급을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보너스를 좌우하는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병운 사장은 올해 전사적으로 리테일 역량 제고를 거듭 주문하고 있다. 상반기 전국 지점을 순회하며 직원들에게 직접 리테일 역량 강화를 당부했으며, 임원회의에서도 관련 지시가 반복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관련 부서들이 체감하는 업무 부담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성과는 일부 가시화되고 있다. 10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인 "패밀리오피스"는 지난해 78가문에서 125% 성장해 200가문을 넘겼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59가문이 새로 가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 상반기 실적이 공식 발표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의 WM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아직 경쟁사와의 격차를 완전히 좁히기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전통적인 리테일 강자들과 비교해 고객 기반과 브랜딩 측면에서 뒤처져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WM 시장은 30억원 이상 자산가 부문에선 삼성증권이, 10억원 이상 자산가 부문에선 미래에셋증권이 절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올해 하반기 실적이 향후 성장세를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리테일 부문이 '전사적 과제'로 격상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부담은 고스란히 경영진과 현업 조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은 오랜 기간 IB 중심 딜 메이킹에 주력해왔던 만큼 리테일은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밀려 있던 영역"이라며 "최근 리서치·IB 등 핵심 부서까지 리테일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 점은 분명한 변화지만, 이 구조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