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분쟁, 평가기관 선정 답보…FI-신창재 회장 눈치싸움 여전
입력 2025.08.06 07:00
    2~3곳 해외사 후보로 거론되지만 선정은 아직
    신 회장 여전한 '지연 작전'? FI와 협상도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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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교보생명이 시장가치 평가를 맡길 기관을 찾지 못하면서,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남은 갈등 해결이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측은 EQT파트너스, IMM PE 등 잔여 FI들과의 지분 매입 협상에 나섰지만 이 역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관련 협상은 하반기나 되어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측은 교보생명의 공정시장가치(FMV) 평가 업무를 맡을 기관을 아직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4월 EY한영은 신창재 회장이 의뢰했던 교보생명 풋옵션 행사가격 평가 계약을 해지했다. EY한영 측은 가치평가 대신 교보생명과 지정감사인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신 회장 측이 새로운 평가기관을 찾아야 하지만, 선정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다른 국내 대형 회계법인인 삼일PwC나 삼정KPMG 등은 이미 고객관리 이슈나 이해관계 상충 등의 이유로 해당 업무 수임을 우회적으로 거절한 상태다.

      외국계 보험계리컨설팅사 및 투자은행(IB), 국내 중견 회계법인 등도 가치평가 업무를 수임할 수 있다. 이에 일부 외국계 회사가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교보생명 측에서 외국계에 업무를 맡기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상반기 신 회장과 어펄마캐피탈, 어피너티파트너스 등 FI들과의 분쟁은 일단락됐다. 다만 여전히 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와 EQT파트너스(옛 베어링PEA) 등과 맺은 풋옵션 계약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IMM PE와 EQT의 교보생명 지분율은 각각 5.23%로, 총 10.46%를 차지한다.

      다른 FI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이루어진 이후, 신 회장 측이 금융기관 중개로 IMM PE와 EQT 등 남은 FI와도 지분 매입 등을 협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매입 가격 등을 두고 논의에 나서기도 했지만, 현재 양측 모두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한 분위기다.

      한 FI 관계자는 “교보생명 측과의 협의는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IMM PE 측은 서울중앙지법이 국제상업회의소(ICC) 이행강제금 부과 권한 심사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불복하고 항고했다. 당시 법원은 ICC가 신 회장에 대해 부과한 하루 20만달러 상당의 간접강제금 부과 명령이 국내에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신 회장은 해당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ICC의 요구 기일까지 풋옵션 가격 산정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평가기관을 선정했으나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 회장은 벌금을 내고 있지 않다.

      일부 풋옵션 분쟁이 해소되면서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첫 단계인 이사회 의결은 문턱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창재 회장의 우호 지분은 53.28%로 과반을 넘겼으며, 직접 보유 지분 39.11%에 더해 가족 지분 5.12%, 동맹을 맺은 SBI홀딩스의 지분 9.05%가 포함된다. SBI가 예고한 추가 매입으로 지분율이 20% 이상으로 늘어나면 우호 지분은 64.23%까지 확대된다. 이에 따라 주주총회 특별결의 통과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주주 간 갈등은 여전히 변수로 작용한다. IMM PE가 제기한 항소심 결과에 따라 신 회장에게 금전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며, 분쟁이 경영권과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최근 SBI저축은행 지분 인수를 두고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함께, 지주사 설립 과정에서도 사업계획 타당성·재무·경영 건전성·대주주 요건·주식교환비율 적정성 등을 포함한 까다로운 인허가 심사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