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2조 증자·엔무브 수혈로 체력 보강…자립 전제조건은 여전히 '배터리 흑자'
입력 2025.08.06 07:00
    단숨에 4조 자본확충…분기 2000억 이익체력도 보강
    최대규모 수혈에도 충분한지 따지긴 조심스럽단 평
    공격적 확장 마무리 단계지만 내년 업황은 안갯속
    결국 배터리 정상화가 핵심…정부 지원 명분은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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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온이 2조원의 유상증자와 SK엔무브 흡수합병에 나서며 버텨낼 체력을 단숨에 보강했다. 4년째 모회사에 손을 벌려온 만큼 '이 정도면 과연 충분한가' 따져보는 시선이 많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SK온이 완전한 자립에 나서려면 결국 본업인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를 이뤄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0일 SK그룹은 이사회를 열고 SK온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되사온 뒤 SK엔무브와 합병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SK이노베이션은 외부 금융기관의 SK온에 대한 2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체결했다. SK온에 대한 최대 규모 수혈 작업이 성사됐다.

      이번 결정으로 SK온의 자본은 4조원 가까이 보강될 것으로 보인다. 2조원의 현금과 함께 연결기준 자본금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SK엔무브를 품은 덕이다. 당장 차입을 줄이긴 힘들어도 300%를 향해가던 부채비율 부담을 덜게 됐다. SK온은 올 들어 차입 구조를 장기화하고 이자비용을 줄여둔 참이다.

      SK엔무브의 수익성이 온전히 SK온을 떠받치게 된 효과도 상당할 전망이다. 지난 2년 실적이 다소 꺾이긴 했지만 SK엔무브는 한해 1조원 안팎 상각전영업익(EBITDA)을 꾸준히 벌어온 알짜 회사다. 먼저 합병한 SK엔텀·트레이딩인터내셔널까지 포함하면 SK온이 모회사에서 넘겨받은 3사의 영업이익만 매 분기 2000억원을 넘나들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손익 구조가 개선된 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이상의 지원이 불필요한 상황인가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시각이 없지 않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FI 눈치 볼 필요 없이 배터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체력 여건을 보강한 정도라고 본다"라며 "올해 차입 구조를 손봐서 이자비용을 줄였다고 해도 빚을 더 지긴 어려운데 아직 남은 투자비는 치러야 한다. 결국 본업 배터리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평가했다.

      SK엔무브 합병으로 발생한 자본확충 효과는 합병에 반대하는 채권자들이 상환을 요청할 경우 일부 상쇄될 수 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이번 합병 효과를 점검하면서 8000억원에 달하는 SK엔무브 회사채의 상환 여부를 잠재적 부담요인으로 보고 있다.

      SK온은 내년 중 미국 테네시주에 45GWh 규모 블루오벌SK 2기 공장과 조지아주에 35GWh 규모 현대차JV 상업가동을 계획하고 있다. 2020년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확장 전략이 드디어 마무리되는 것이다. 내년까지 설비투자(CAPEX)와 생산능력(Capacity) 확대로 인한 비용 부담이 지속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장에선 SK온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3조원가량 투자를 이어가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간 반복해서 수혈이 필요했던 건 배터리 사업의 현금흐름이 공격적인 증설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었던 경우에도 번번이 전방 전기차 시장이나 후방 원자재 가격이 출렁이는 등 예상 밖 변수가 발생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캐파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자금수지가 맞아떨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이면 SK온의 전체 생산능력도 250GWh를 넘어간다. 북미에서만 한 번에 80GWh 규모가 늘어나는데 공장을 충분히 가동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현대차 덕에 상반기 배터리 적자를 꾸준히 줄여낼 수 있었는데, 내년 북미 현대차를 포함한 SK온 고객사들의 판매 성과가 어떨지 아직은 알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생산능력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에 가동률이 다시 떨어지면, 고정비 부담으로 합병된 3개사의 이익 이상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SK온도 이를 의식해 기존 고객사 수요 증가만을 기다리기보다는 수주처 다변화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고 있다. 결국 배터리 본업에서 확실한 수익 기반을 다지지 못하면 반복된 수혈 고리를 끊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정부와 금융권이 추가 지원에 나설 명분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SK그룹이 4년에 걸쳐 강력한 지원 의치를 보여온 만큼, 유사시 정부가 바통을 넘겨받더라도 부담이 적다는 얘기다. 실제 새 정부도 2차전지 업계의 경색된 조달 여건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도 구조조정과 혁신산업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만 한다. 이번 SK온 수혈 작업을 유심히 지켜본 것으로 전해진다"라며 "그룹이 이 정도로 공을 들였고, 흑자 전환이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정부가 핀셋 지원에 나설 명분은 충분해진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