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합병에 등급떨어질 SK엔무브 회사채…투자자들 바이백 요구나설까
입력 2025.08.06 07:00
    잦은 사업구조 개편 반복에 회사채 투자 꺼려져
    SK엔무브 회사채 발행 잔액만 9000억원
    등급 하향 예고에 바이백 요구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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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온의 SK엔무브 흡수합병 계획 발표로 SK엔무브 회사채 투자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발행된 채권을 시장에서 미리 되사오는 바이백(buyback) 형식으로 조기상환 요구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수의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SK그룹 계열사 채권은 5년만 지나면 사명이 바뀐다”는 비판 여론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SK그룹의 사업 구조 개편이 반복되며 투자 초기의 회사와 전혀 다른 기업으로 바뀌는 상황이 반복되면서다. 이로 인해 SK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투자를 꺼리는 등 신뢰 기반이 약화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엔무브의 회사채 발행 잔액은 9000억원, SK온의 경우 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합병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SK엔무브가 발행한 회사채는 SK온으로 이관된다. 신용평가사들은 SK엔무브의 신용등급을 취소(withdrawal)하고, 이관되는 회사채에 대해 합병법인의 신용도에 따라 신용등급을 재부여한다.

      합병 이후 SK온은 현금창출력 강화 등을 힘입어 재무적 불확실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SK엔무브는 매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로 꼽혀왔던 만큼 투자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그룹 차원에서 미래 핵심사업인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살리기 위해 SK엔무브와의 합병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무보증사채 신용등급도 SK온은 'A+'등급, SK엔무브는 'AA'등급으로 2노치(notch)나 차이가 났었다. 실제로 이번 합병안 발표 이후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는 SK엔무브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으로 일제히 내렸다. 신평사들은 통상 특정 사유로 인해 3개월 이내에 등급 조정 가능성이 높을 경우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을 부여한다.

      SK엔무브 회사채 투자자들은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바이백 형식으로 조기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SK엔무브의) 등급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굳이 보유하고 있을 투자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채 투자자들의 조기상환과 관련해 상법에도 규정돼 있으며, 투자자들 대부분 바이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SK엔무브가 바이백을 할 경우 금리 수준을 포함한 조건 조율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한 자산운용사의 운용역은 "합병 과정에서 채권자 보호도 중요하다"며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합병안 자체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로 이어질 수 있어 금리 수준을 적절히 맞춰서 바이백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SK온과 SK엔무브는 오는 9월 2일부터 10월 2일까지 채권자 이의 제출 기간을 갖는다. 이후 11월 1일을 합병기일로 예고했다. 합병 전에 회사채 보유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사채권자 집회가 열릴 수도 있다. SK엔무브 측 역시 바이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미 대응책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잔액만 9000억원으로 물량이 꽤 되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조기상환을 대비해 자금 계획을 세워뒀다"고 말했다. 

      SK엔무브는 “사채권자 집회, 바이백과 관련해 확정된 바 없다”며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