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50% 목전에 '속도'…하나는 '아쉽다'
우리금융, 주주환원율 30%대 예상…"내년 기약"
자사주 매입 대신 배당?…PBR 0.8배 기준선
감액배당은 '신중 모드'…정부 눈치 속 전략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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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가 하반기 '통 큰' 자사주 정책을 발표하면서 금융지주 최초로 주주환원율 50%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기준선이 생기면서 주주환원율에서 격차를 벌리고 있는 다른 금융지주들도 '키맞추기'를 위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율 확대를 위한 '디테일'을 놓고 고민 중이다.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되면서 자사주와 배당 믹스를 새롭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감액배당을 놓고서도 주주들의 기대와 정부 '눈치'라는 두 가지 상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들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지난 2분기 말 전분기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KB금융은 13.74%로 전분기보다 4bp(1bp=0.01%포인트) 상승했고, 신한금융은 13.59%로 32bp, 하나금융은 13.39%로 15bp 올랐다. 우리금융은 12.76%로 31bp 상승했다.
주주환원 여력이 개선된 금융지주들은 최근 2분기 실적발표에서 하반기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4대 금융지주들이 모두 분기 균등배당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하반기 자사주 매입 계획과 주당배당금을 합산한 연간 총주주환원율 예상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업계는 올해 KB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이 금융지주 최초로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5년 주주환원율을 52%로 전망한다"며 "2024년 39.8%에서 1년만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라고 설명했다.
KB금융의 주주환원율이 이처럼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은 KB금융이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당시 하반기 8500억원의 자사주를 추가 매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CET1비율이 13.5%를 초과하는 데 대해서는 모두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신한금융 또한 올해 주주환원율을 빠르게 확대하며 50%에 다가설 것으로 예상됐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이 올해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로 6000억원을 발표했다"라며 "올해 주주환원율은 46.4%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하나금융은 올해 하반기 2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하면서 3000억원 이상의 추가 자사주 매입을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를 밑돌아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예상 주주환원율 또한 39.8%로 40%를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하나금융이 하반기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40%' 키맞추기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나금융이 공시한 2000억원의 하반기 자사주 매입 기간이 오는 10월까지이기 때문에 10월 이후에 1000억원 규모의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단 전망이다. 이 경우 올해 주주환원율은 42.3%로 상승한다.
실제 지난 2분기 하나금융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주주환원율 50% 로드맵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종무 하나금융 CFO는 "계획 자체는 2027년 50%를 타깃으로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다만 최근 주주친화적인 상법개정안, 배당소득 분리과세안 등 여러 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2027년 50% 타깃이 고정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올해 우리금융 총주주환원율은 36~37% 수준으로 예상되면서 다른 금융지주와 격차를 벌릴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금융이 하반기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CET1비율 13%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환율 및 정부 규제 등을 언급하면서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는 추가적인 주주환원정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하반기 보험사 편입 이후 내재화 과정에서 일회성 비용이 투입되거나 지주 증자가 필요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보험사 인수 이후 이익체력이 확대되면서 주주환원 여력 또한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앞서 CET1비율 11.5~12.5% 구간에선 최대 총주주환원율을 35%로 설정하고, 12.5~13.0% 구간에서는 최대 총주주환원율을 40%로 설정했다.
이성욱 우리금융 CFO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은 1500억원 소각 완료 후 여러가지 정책에 근거해 당사 보통주자본비율이나 금융환경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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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금융지주들이 추가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면서 기업가치 제고에 힘을 실었지만 은행주는 실적발표 이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은행주를 끌어올린 재료였던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금융지주들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기존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율이 40%를 웃돌고 있어 자사주 매입·소각분을 줄이고 배당성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저PBR 상태에서는 배당보다 자사주 활용 정책이 PBR 제고에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지주들은 자사주 매입·소각 대신 배당성향을 확대하는 기점으로 PBR 0.8배를 언급했다. 천상영 신한금융 CFO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PBR 1배 수준 정도라고 한다면 근처인 PBR 0.8배까지는 자사주 중심의 주주환원정책을 펼 것"이라며 "0.8배가 넘어가면 그 타이밍에 적절한 믹스를 고민하겠지만, 1배 이상일 땐 자사주 소각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종무 하나금융 CFO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금배당성향이 26% 수준으로 타사 대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총주주환원율을 감안하면 충분히 비율 조정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상황으로, PBR이 0.8배정도 되면 비중을 다시 한 번 검토하겠다"라고 언급했다.
나상록 KB금융 CFO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PBR이 개선되고 있다"라며 "컨센서스가 조성되면 현금배당성향 비중을 높여갈 생각이 있고, 신중하고 진지하게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비과세배당(감액배당)에 대해서는 금융지주들이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앞서 우리금융이 감액배당 도입을 밝힌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시장 분위기는 확인했지만, 정부가 감액배당에 대한 과세를 검토하면서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KB금융은 하반기 추가적인 주주환원 확대를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감액배당을 활용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배당가능이익이 충분하지 않은 특성상 계열사들의 중간배당과 감액배당을 활용해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겠다는 셈법이다.
앞서 KB금융은 하반기 주주환원 규모로 8500억원을 발표했지만, 올해 이사회에서 결의한 주주환원 규모는 6600억원에 그쳤다. 나머지 1900억원은 올해 배당가능이익을 초과하기 때문에 내년 초에 주주환원을 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나상록 KB금융 CFO는 컨퍼런스콜에서 "감액배당은 주주총회가 필요하고, 중간배당은 그 이전이라도 진행이 가능하다"라며 "2025년도 결산이 마무리되면 내년에 적용되는 배당가능이익이 산출되는데 그 이후로 주주환원 가능 여부를 말하겠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