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약환급금준비금 빼면 자본 희박"
오너 3세 경영 시험대 오른 가운데
내부에선 희망퇴직 소문 끊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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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이 2분기에도 뚜렷한 실적 및 체력 개선세를 보여주지 못할 전망이다. 회사 안팎의 위기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자본 감소가 계속되는 가운데 실적이 뒷걸음질치며 본업 경쟁력이 약화하는 상황이다.
실적 반등을 위한 뚜렷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희망퇴직 등 인적 쇄신에 대한 부담감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경영 일선에 나선 3세 정경선 전무의 리더십 역시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들의 현대해상 2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2000억원대 초반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수치다. 예실차 및 자동차보험 손익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와 같은 일회성 비용까지 반영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대해상의 2분기 순익을 전년 동기 대비 34.4% 감소한 2334억원으로 전망했다. 장기보험의 경우 작년 의료파업 기저효과가 있는 데다 간병비 청구 증가에 따라 예실차가 악화할 것으로 봤다. 자동차보험은 요율 인하로 업계 전반이 사실상 손실로 돌아섰다. 이밖에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와 영남 지역 산불 등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
정민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 자동차, 일반 등 전 보험 부문에서 손익 악화가 관찰될 전망"이라며 "주식시장 호조에 따른 자산평가손익 증가 및 일부 회사의 자산 처분 이익 개선 등에 따라 투자손익이 보험손익 부진을 일부 상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자본감소가 시급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 1분기 기준 현대해상의 자기자본은 4조2128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4.5%(7143억원) 감소했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46.7%로 대형 손보사 중 유일하게 50%를 밑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해상은 급격한 자본 감소의 문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자본 내 해약환급금 준비금 비중이 98.8%까지 상승했으며 이는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제외한 자본이 희박함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현대해상은 지난 2월 2025년 경영전망 발표에서 올해 전사 핵심 역량을 자본력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신계약CSM배수 증가 등 성과도 있었다.
정규완 당시 현대해상 기획관리부문장은 "현대해상은 기존 양적 외형 중심의 전략을 과감하게 탈피하여 질적 성장을 통한 자본력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주 가치 제고의 토대를 반드시 마련해내는 2025년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목표에도 최근 신용등급 전망이 하락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현대해상의 보험금지급능력 및 후순위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보험 부문 이익변동성이 확대되고, 킥스비율 관리 부담이 커진 점을 이유로 들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회사 내부에서 희망퇴직 소문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지난 5월에 이어 최근에도 '현대해상이 연말까지 200명을 희망퇴직으로 줄인다'는 소문이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돌았다. 현대해상은 앞서 지난 2022~2023년 2년 연속 희망퇴직을 단행했지만, 지난해엔 진행하지 않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 초 대표이사가 교체되는 등 대규모 조직개편이 이어지면서 이에 따른 희망퇴직이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상반기 내 있었다"며 "6월 정기인사 전후 관련 발표가 없어서 잠시 잠잠해졌지만, 연말까지 200명은 짐을 쌀 것이란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현재 희망퇴직 관련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현재 내부적으로 논의한 바 없는 뜬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오너 3세 경영이 시작된 가운데 실적이 악화한 상황이라는 점은 부담이라는 평가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전무는 지난 2023년 말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로 부임했다. 이후 핵심 임원 라인을 교체하며 외부 출신 인사를 대거 등용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세대 교체'가 희망퇴직설 등 안팎 잡음의 배경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정 전무 부임 전인 2023년 말 기준 현대해상 임원(상무 이상, 사외이사 제외)의 평균 연령은 만 58세(1967년생)였고 1960년대생 임원 비중이 59%였다. 정 전무 부임 이후 불과 1년이 지난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는 평균 연령이 만 55세(1970년생)로 3살이나 어려졌고, 1960년대생 임원 비중은 42%로 뚝 떨어졌다. 대신 70년대생 임원 비중이 52%로 크게 늘었고, 1980년대생 임원이 정 전무 포함 3명 생겼다.
인적 쇄신이 빠르게 이뤄지며 일부 영업부서에서는 "영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냐", "보험을 모르는 오너 3세가 비전도 없이 사람만 바꾼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쟁사들과는 달리 실적이 꺾이며 보상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 보험업계에서는 '200명 희망퇴직설' 역시 이 같은 불안감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 악화로 내부 사기가 떨어진 상황에서 희망퇴직까지 진행하면 대내외에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확인시켜주는 셈"이라며 "가뜩이나 보험 경력이 전무한 3세가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서 뚜렷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있는데, 내부 통합이 먼저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