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사업부진 속 유동성 확보 지속…"시점 고민"만 남은 LG엔솔 지분 매각
입력 2025.08.07 16:08
    LG화학, 유동성 확보 노력 지속…상반기 매각대금만 1.6조
    하반기 업황도 불확실…LG엔솔 지분 활용 전략적 검토 中
    최저한세 부담 현실화한 만큼 2%P 안팎 매각 가능성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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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화학이 주요 사업 부진 속 유동성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시장의 관심은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 가능성이었는데, 회사도 실행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을 뿐 활용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반기 중 LG엔솔 지분 매각과 글로벌 최저한세 부담 완화 등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7일 LG화학은 실적 발표회를 열고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1조4177억원, 영업이익이 476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각각 증권가 전망치를 웃도는 수치였지만 LG엔솔 실적을 제외하면 사업부 전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주력 사업 전반이 미국 상호관세 정책의 영향권에 있는 만큼 하반기까지는 실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전방 업황이 새로운 관세 체계에 적응하고 회사의 신사업 계획이 안정화하기까지 당분간 사업 조정(리밸런싱)과 유동성 확보 작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LG화학은 생명과학 부문 내 에스테틱 사업부를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에 2000억원 규모로 매각했다고도 공시했다. 지난 6월 1조4000억원에 매각한 워터 솔루션(수처리 필터) 사업부를 포함해 올해만 비주력 사업 매각으로 1조6000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회사는 자회사 LG엔솔의 지분 활용 계획도 내비쳤다. 발표회에 참석한 기관투자가가 상법 개정 이후 LG엔솔 지분 활용을 포함한 주주환원 강화 계획에 대해 질문하자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회사는 LG엔솔 지분을 전략적으로 사용 가능한 자원으로 보고 있다. 보유 중인 LG엔솔 지분이나 다른 자산을 적기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고 구체적 실행 시점이 결정되면 시장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답변했다. 

      투자은행(IB)들은 LG화학이 2%포인트 안팎의 LG엔솔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화학은 LG엔솔 상장 이후 현재까지 81.8%의 지분을 보유해왔다.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등 방식으로 유동화할 경우 지배력 축소 걱정 없이 조 단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그간 LG엔솔 주주들의 반발 가능성이나 자회사 경영진 우려 등 문제로 교환사채(EB) 발행에만 이용됐지만, 상법 개정으로 LG화학 주주들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상법 개정이나 중복상장 규제 움직임은 거세지는데 LG화학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배까지 떨어졌다"라며 "원래도 LG엔솔 지분 활용에 대한 고민이 컸는데, 이제는 모회사 LG화학 주주들을 위한 결정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LG엔솔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글로벌 최저한세(필라2 법인세) 부담이 재차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최저한세는 해외 자회사에 적용된 실효세율이 15%보다 낮으면 차액을 최종 모기업이 본국에 추가로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다. 세율 인하·조세회피 방지 목적으로 지난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43개국이 합의한 내용이 바탕이다. 2024년 1월부터 도입돼 올해부터 확대 적용이 시작됐다.

      도입 원년인 작년 LG화학이 인식한 최저한세는 8억6000만원 수준이다. LG엔솔을 비롯한 해외 자회사 실적이 급감한 영향으로 한동안 최저한세 부담도 조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 들어 LG엔솔의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수백억원 규모의 최저한세 부담이 재부상하고 있다.

      LG화학은 LG엔솔 지배력을 80% 이하로 낮추기만 해도 최저한세를 대신 인식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LG화학이 2% 포인트 안팎의 LG엔솔 지분 블록딜에 나설 경우 2조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올해 사업부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 이상의 유동성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미 LG엔솔이 3분기까지 호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라, 현재 지배력을 유지하면 LG화학이 인식해야 할 최저한세 부담이 1000억원에 달할 수도 있다"라며 "회사도 이날 실적 발표회를 통해서 사전 공시까지는 어렵지만 시기를 조율해 보겠다는 입장을 사실상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