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금융, 지난해 배당성향 25% 밑돌아
PBR 0.8배 돼야 한다지만…'요건'은 맞춰야
배당 확대시 '저평가 해소' 상충된단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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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이 포함되면서 은행주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지주들이 높은 주주환원율을 바탕으로 현금배당 확대에 나설 경우 연간 배당소득에 대해 종합소득과 분리해 별도로 과세를 받아 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도 이번 제도를 개인투자자 확대 기회로 보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을 적극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다만 지난해 기준 배당성향이 25%에 미치지 못하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우 내년도 현금배당을 확대하지 않으면 분리과세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주주환원 방식을 두고 '비중 조정'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달 31일 '2025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고배당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은 종합소득과세 대상에서 분리하고 분리과세하는 제도를 내년 도입하기로 했다. 고배당기업은 △배당성향이 40% 이상인 기업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보다 5% 이상 배당이 늘어난 기업을 뜻한다.
현실적으로 금융지주들에 적용 가능한 조건은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보다 5% 이상 늘어난 기업'이다. 주요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율이 30%에서 올해 50%까지 육박할 정도로 높지만, 자사주 매입 비중이 높아 실제 배당성향은 20%대라 당장 배당성향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주요 금융지주들의 배당성향은 △KB금융 23.6% △신한금융 24.4% △하나금융 27.2% △우리금융 28.9%로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당장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인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보다 5% 이상 늘어난 기업'이라는 조건에 맞지 않는 셈이다.
고배당 기업 요건 중 하나인 배당성향 25%에 미치지 못하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내년도 현금배당 확대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배당성향이 25%를 넘는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지주보다는 요건을 맞추기 위해 당장 현금배당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큰 셈이다.
KB금융은 '방법론'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총현금배당액 예상치(1조3400억원)가 지난해 대비 11.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 3년 평균 기준이 1조2381억원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보다 5%가 늘어나야 한다는 '고배당기업' 기준에 따르면 내년에는 1조3000억원을 현금배당에 써야 한다.
올해 총현금배당액 예상치보다는 낮지만, 배당성향 25%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내년도 현금배당 총액은 더 늘어난 1조4277억원이 돼야 한다. 올해 예상 현금배당 총액 대비 6.55% 증가하는 셈이다.
신한금융은 하반기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시 총현금배당액이 상반기 대비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할 수 있다. KB금융은 분기 균등배당을 현금배당총액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신한금융은 DPS 기준으로 하고 있어 주식 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현금배당액도 줄어든다.
KB금융은 총현금배당액 기준으로 분기 균등배당을 하고 있어 주식수와 관계없이 균등한 금액을 현금배당액으로 써야 하지만, 신한금융은 만약 하반기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을 할 경우 DPS가 줄어들면서 '직전 3개년' 현금배당총액 평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부담이 덜하다.
신한금융이 기존에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올해 총현금배당액은 지난해와 유사한 1조880억원이다. PBR 제고를 위해 총현금배당액을 전년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나머지는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기반한 3년 총현금배당액 평균은 1조842억원으로, 만약 5%가 늘어날 경우 1조1384억원을 총현금배당액으로 산정해야 한다. 다만 올해 순이익 예상치(5조500억원)를 기준으로 배당성향 25%를 산정하면 이보다 많은 1조2625억원을 총현금배당으로 써야 한다.
이에 금융지주들이 2025년 순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배당성향 조정을 위해 올해 하반기 각종 비용을 선제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순이익 낮추기'에 힘쓸 가능성도 거론된다. 순이익이 낮아지면 같은 금액의 현금배당을 하더라도 배당성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은 올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PBR 0.8배 이상일 경우를 조건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우 내년까지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을 맞추기 위한 현금배당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앞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나상록 KB금융 CFO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되면 현금배당 비중 확대는 당연히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고, 천상영 신한금융 CFO는 "법제화된다고 하면 주주환원비율 믹스에 대해 당연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지주 일각에서는 기존 주주환원정책 방향성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저평가돼 있는 PBR을 높여야 한다는 공통적인 목표를 설정했는데, 현금배당을 적극 늘려야 한다면 기존 목표로 했던 것과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라며 "주주환원 총액이 아닌 비중을 조정해야 할 경우 하나를 늘리면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