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카드 꺼냈지만…시장선 “타이밍 놓쳤다”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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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매각을 추진하던 무궁화신탁이 방향을 틀어 경영정상화를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무궁화신탁은 매각 작업을 사실상 중단하고 경영정상화를 우선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희망 매각가를 낮추더라도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극히 낮은 데다,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주요 채권자들이 감당해야 할 손실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어서다.
무궁화신탁은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한 뒤 제3자 매각을 추진해왔다. 매각 대상은 오창석 회장이 보유한 무궁화신탁 지분 62.4%이다.
무궁화신탁은 현금 유동성이 바닥난 상황이다. 2024년 4분기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7억원에 불과했으며, 2020년 당시 1000억원대였던 보유 현금이 급속히 감소했다.
과도한 부채도 발목을 잡았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무궁화신탁의 부채비율은 168.1%로 신탁사들 중 가장 높다. 매각 작업에 있어선 오창석 회장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무궁화신탁의 매각가는 오창석 회장의 주식담보대출 상환과 향후 양도세 부담을 감당할 수준이어야 했다. 오 회장은 이를 감안해 무궁화신탁의 순자산 가치 대비 2배 이상을 희망 매각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희망 매각가에 인수할 원매자를 찾기 어려웠고, 결국 무궁화신탁은 매각보다 자본 확충을 통한 경영정상화로 방향을 틀었다.
업계에서는 무궁화신탁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궁화신탁은 지난 7월 임시주총을 열고 보통주 발행한도 확대를 골자로 한 정관 변경을 추진했다.
SK증권이 선순위 투자자를 유치해 무궁화신탁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분기 말 기준 무궁화신탁이 NCR(순자본비율) 기준선을 넘기려면 최소 588억원 이상의 자본을 채워야 한다. 신탁사는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라 NCR을 15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오창석 회장이 SK증권을 주관으로 조달한 주담대 규모는 약 1500억원 수준이다. SK증권은 우선 자본을 확충해 자신들이 주관한 오 회장의 주식담보대출을 회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SK증권도 순자본비율(NCR) 비율이 하락하는 상황이다. SK증권의 1분기 NCR은 202.01%로 전년 동기(255.10%)대비 53.09%포인트 감소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엠에스상호저축은행, NBH캐피탈 등 자회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무궁화신탁의 자본확충 시도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 신탁사 임원은 "무궁화신탁은 부실이 너무 심해 정상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오창석 회장의 지분이 보통주라 이미 주식가치가 없는데 누가 선순위로 들어올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어 "우발채무 리스크가 많아지면 현재 순자본을 얼마로 평가할 거냐에 대한 논란도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탁사의 매력도는 떨어지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책임준공형 사업장을 둘러싼 소송에서 신탁사들이 잇따라 1심 패소하며 해당 사업장의 원리금 전액을 책임져야 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