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회사 이어 자회사도 매각 속도…리밸런싱 '우등생'된 SK스퀘어
입력 2025.08.11 07:00
    손자회사 정리에 이어 자회사까지 매각 확대
    '운' 따라준 거래까지…그룹 내 부러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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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스퀘어가 자회사 드림어스컴퍼니 매각을 본격화하면서, 주요 자산 정리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11번가 등 굵직한 과제가 남아 있지만, 예상 외로 타 계열사보다 빠른 리밸런싱이 이뤄지며 SK그룹 계열사 중 양호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자회사 드림어스컴퍼니 매각을 위해 다수의 후보를 우선협상자에 올리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우선협상자에는 YG플러스, 비마이프렌즈, 부산에쿼티파트너스, 대명GEC 컨소시엄 등이 선정됐다. SK스퀘어는 드림어스컴퍼니 지분 38.68%를 보유하고 있으며, 2대 주주인 신한벤처투자가 보유한 지분 23.49%도 매각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드림어스컴퍼니의 현재 시가총액이 약 15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희망 매각가는 20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매각 주관사는 삼일회계법인이다.

      드림어스컴퍼니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FLO)’를 운영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 등 제작사들과 협력해 음원과 음반을 유통하고 있으며, K팝 콘서트 응원봉과 공연 MD 상품 제작, 콘서트·뮤지컬 등의 기획·제작·투자에도 참여하고 있다.

      자체 아티스트 IP를 보유하거나 독점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는 아니며, 주요 서비스인 플로는 이용자 수 기준 유튜브 뮤직, 멜론, 삼성뮤직, 지니뮤직에 이어 다섯 번째 수준이다. 다만 최근 K팝 관련 MD 상품이 해외에서 매출 호조를 보이면서 YG플러스 등 엔터업계 원매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에쿼티파트너스는 앞서 티맵모빌리티의 법인 전문 운전대행 서비스 기업 굿서비스를 인수하는 등 SK스퀘어와의 거래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왔다. 대형 전기공사 기업 대명GEC는 플랫폼 사업 진출을 꾀하며 사모펀드(PEF) 운용사 JC파트너스와 손잡고 이번 거래에 뛰어들었다. 비마이프렌즈는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 ‘비스테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드림어스컴퍼니 매각이 예상외로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올해 SK스퀘어가 양호한 리밸런싱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도 커졌다. SK스퀘어는 올해 들어 티맵모빌리티의 서울공항리무진과 굿서비스 매각, 원스토어의 로크미디어 매각, 드림어스컴퍼니의 아이리버 사업부문 매각 등을 진행했다.

      그동안 손자회사 등 소규모 포트폴리오 처분에 집중해온 SK스퀘어가 드림어스를 계기로 주요 자회사 매각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총 20개 이상의 계열사를 정리할 방침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말 40여 개였던 계열사 수는 연말까지 20개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도 KT의 난관에 부딪힌 상태지만,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 당초 SK스퀘어는 포트폴리오 범위가 넓고 플랫폼 중심의 변동성 큰 사업이 많아 구조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리밸런싱 성과가 가시화되며 그룹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빠른 정리를 이뤄낸 계열사로 평가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대대적인 사업 개편에 나섰고, SK실트론은 매각 준비를 마친 상황이지만 가격 등의 이견으로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올 초 SK스퀘어는 기존 2명의 CIO(최고투자책임자) 체제를 통합해 의사결정 단계를 줄였고, 현재는 송재승 CIO가 투자와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를 총괄하며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다.

      SK스퀘어의 리밸런싱에는 운도 따랐다. 올해 2월 양자암호 자회사 아이디퀀티크(IDQ)가 미국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SK스퀘어와 SK텔레콤은 IDQ 지분 전량을 넘기고 아이온큐의 일부 지분을 취득하는 형태로 거래를 마무리했다. 아이온큐의 시가총액은 10조원 이상으로, 소수 지분이지만 거래 규모는 약 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2018년 약 700억원에 IDQ를 인수했으며, IDQ는 2021년 SK스퀘어 인적분할을 통해 자회사로 편입됐다. 매각 과정에서 SK스퀘어는 여러 원매자와 접촉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고, 아이온큐 측이 외국계 자문사를 통해 먼저 인수 제안을 하며 거래가 빠르게 성사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아이온큐는 ‘2주 안에’ 매각 준비를 마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1번가와 원스토어 등 굵직한 자회사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11번가는 그룹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며, 원스토어 역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다 철회한 전례가 있어 향후 방향성에 관심이 쏠린다.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이 지속되는 만큼 연내 11번가 이슈도 해결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리밸런싱 기조에 따라 SK스퀘어는 손자회사를 비롯한 여러 자산 매각을 동시에 진행해왔고, 올해부터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회사가 반도체와 AI 중심의 미래 성장 전략을 강화하는 만큼, 보유 자산 정리가 마무리되면 다시금 투자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