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항공전자전기 사업서 KAI-LIG넥스원 '동맹' 흔들린 이유는?
입력 2025.08.11 07:00
    10월 최종사업자 선정 예정된 전자전기 수주
    KAI-한화 vs 대한항공-LIG '양강' 구도 형성
    각자 진용 짠 KAI·LIG…수익분배 이견이 배경?
    '천리안 5호' 갈등 이후 온도차 생겼단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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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최초의 항공전자전기 개발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2조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인 데다, 향후 해외 수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분위기다. 업계에선 전통적인 방산 파트너였던 KAI와 LIG넥스원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은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15일 전자전기 체계개발을 사업을 공고했다. 총사업비는 1조7775억원, 개발 기간은 102개월이다. 오는 2034년까지 전자전기 4기를 양산·인도하는 것이 목표다. 별다른 이의제기나 변수 없이 절차가 진행될 경우, 방사청은 오는 9월 초중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10월 중 최종 사업자 선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전자전기는 적의 통신 신호를 교란하거나 무력화하는 핵심 무기체계로 평가받는다. 현재 우리 군은 해당 자산을 보유하지 않아 미군의 전력에 의존해왔다. 이번 사업은 한국군 최초의 국산 전자전기 체계를 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국내 방위산업의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이번 사업에는 두 개의 컨소시엄이 경쟁 중이다. 눈에 띄는 건 기존 방산 개발에서 자주 협업을 해왔던 KAI와 LIG넥스원이 이번엔 서로 다른 파트너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KAI는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은 대한항공과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KAI의 주요 항공기 개발 사업에서 LIG넥스원은 전자전 장비·무장 탑재 체계를 맡으며 협력 관계를 이어온 바 있다. 

      전자전기 사업에서 KAI와 LIG넥스원이 각자 노선을 택한 배경에는 수익 배분 구조를 둘러싼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방위산업 계약은 통상 체계업체가 통합 제안서를 제출하고, 협력업체들과 개별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원청이 전체 사업을 기획·통합하고, 이 과정에서 일정 마진을 선취한 뒤 협력업체에 잔여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KAI는 체계통합 원청 지위였고, LIG넥스원은 전자전 장비 개발을 담당하는 협력사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다만 양측 간 수익 배분율에 대한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LIG넥스원이 대형 방산 사업 수주를 통해 빠르게 외형을 키워온 점도 협상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원가 조율에선 큰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다. 규모가 큰 기업간 협력에선 '바게닝 파워(교섭력)' 싸움이 불거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KAI가 제시한 구체적인 수익 배분 구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원청이 더 많은 몫을 확보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양사는 협력보단 각자의 해법을 찾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수정했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LIG넥스원이 예전보다 훨씬 덩치가 커진 상황이다 보니, 수익 구조를 두고 KAI와의 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양사의 협력 관계가 흔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3200억원 규모의 '천리안위성 5호' 우선협상대상 기관 선정에서도 두 회사는 경쟁자로 맞붙었다. 

      기술역량 측면에서 KAI가 우세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수주 결과는 LIG넥스원의 승리로 돌아갔다. KAI는 평가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의제기서를 공고 기관인 한국기상산업기술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이 KAI와 LIG넥스원의 '전략적 결별'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양사 모두 기술력과 수주 가능성을 중심으로 두고 유리한 파트너를 택한 결과란 것이다. 근본적인 동맹 관계가 깨진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KAI 관계자는 "전자전기는 향후 KF-21 등에도 연계될 수 있는 기술인 만큼, AESA 레이더 분야에서 검증된 한화시스템과의 협업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KF-21 개발사업에서도 KAI는 기체 개발을 한화시스템은 AESA 레이더 개발을 맡은 바 있다. 

      LIG넥스원 또한 대한항공과의 협력이 전략적 판단이라 설명했다. LIG넥스원은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국방 민항기 개조사업 실적을 보유한 대한항공과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플랫폼을 자체 개발한 적은 없지만 기체 개조 분야에서는 많은 경험을 가졌다.

      수주 방향에 이목이 쏠린다. 전자전기 사업은 누가 가져가든 후속 수주 및 수출 교두보 확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 방산업 연구원은 "KAI 입장에서는 고정익 중 FA50, KF21외에 전투기가 마땅히 없는 상황인데 수주를 받게 된다면 또 하나의 제품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보니 향후 실적에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