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급등에 한도 찬 연기금, 대한조선 공모주 소외…상장 후 매수로 '선회'
입력 2025.08.11 11:12
    LG CNS 이후 5개월 만의 조 단위 IPO…기관 수요예측 흥행
    코스피 상승에 국내 주식 비중 한도 근접, 배정 여력 줄어
    일부 거래일서 기관 매수세 유입…주가 10만원선 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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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한조선이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의 두 배를 돌파한 배경으로, 기관의 상장 후 매수세가 거론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선 이후 코스피가 크게 오르며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에 근접한 연기금이 공모주 배정에서 적은 물량을 받았고, 이후 리밸런싱 과정에서 시장에서 물량을 사들이며 주가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조선은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2조원에 육박하며 LG CNS 이후 5개월 만에 등장한 '조(兆) 단위 공모주'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90%가 밴드 상단 이상에 주문을 넣었고, 약 57%가 보호예수를 설정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기관들은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열기와는 달리, 연기금은 대한조선 공모주를 비교적 적게 배정받았다. 대선 이후 코스피가 30% 가까이 오르며 국내 주식 상한 한도에 근접, 배정 여력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국내 주요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 주식 투자 목표 비중은 14.9%인데, 5월 말 기준 실제 비중은 13.4% 수준이다. 5월 이후 국내 증시가 크게 상승하며 국내 주식 한계치에 근접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자산 배분상 목표치를 초과하지 않기 위해 리밸런싱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대한조선 IPO에서 운용사들은 총 373만주를 배정받았지만, 연기금·은행·보험을 합한 물량은 68만주에 불과했다. 은행·보험을 제외하면 연기금 배정 규모는 더 줄어든다는 평가다. 연초 LG CNS IPO와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당시 운용사들은 515만주를, 연기금·은행·보험은 245만주를 배정받았다. 불과 몇 달 만에 참여 물량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호황에 오랜만의 조 단위 공모라 연기금도 최대한 많은 물량을 원했지만, 지수 급등으로 국내 주식 비중이 한도에 다다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연기금이 공모주를 통한 신규 편입이 어려운 만큼, 일부 시점에 대한조선을 시장에서 매수하며 주가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한조선은 상장 직후 공모가(5만원)의 두 배를 넘긴 10만원대 주가를 보이고 있다.

      대한조선은 상장일인 이달 1일 공모가 대비 84.8% 오른 9만2400원에 마감했다. 4일에는 13.5% 하락하며 조정을 받았으나, 5일 29.9% 급등해 10만원 선에 안착했다. 이날 기관 순매수는 15만2158주였다.

      패시브 운용 비중이 큰 국민연금은 지수 편입 종목의 보유 비중을 실제 포트폴리오와 맞춰야 한다. 대한조선이 향후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에 편입될 경우, 공모주에서 충분한 물량을 받지 못했다면 편입 시점에 장중 매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 상장 직후 주가가 이미 오른 상태에서도 지수 구성 비중을 맞추기 위해 매수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한조선의 본질가치가 공모가 대비 크게 높다기보다, 공모 당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일부 기관이 특정 시점에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가 탄력을 받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