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이후 밸류 도출…시장선 1000억원 안팎 거론
김동선 체제 첫 볼트온 M&A, 디지털 급식 플랫폼 청사진?
정용진 신세계푸드는 사업재편 중…실적 중심 포폴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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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계열사 아워홈이 신세계푸드의 단체급식사업 자산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아워홈은 한화 편입 이후 처음으로 동종 업종 자산을 추가 확보하는 볼트온(bolt-on) 인수를 단행하는 셈이다.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계열사는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김동선 부사장의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급식사업을 확대하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이하 한화호텔) 산하 아워홈은 신세계푸드의 단체급식사업 자산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정KPMG가 한화 측 자문사로, 삼일PwC가 신세계 측 매각주관사로 각각 선정됐다.
인수 작업은 7월 중순부터 비공개로 진행돼 왔고, 현재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 구조는 영업양수도(SLA) 형태이며, 빠르면 8월 중순에 자산가치가 확정되고 인수 조건에 대한 협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신세계푸드 측은 공시를 통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한화호텔이 아워홈을 인수한 뒤 처음 시도하는 볼트온 전략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화호텔은 올해 5월 아워홈 지분 58.62%를 약 8695억원에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김 부사장이 그룹 내 아워홈 재편과 식자재·외식 사업 확장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푸드에서의 매각 대상은 제조서비스 사업부문 중 단체급식 관련 운영권, 조리 인프라, 인력 등의 자산이다. 해당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약 5758억원으로, 신세계푸드 전체 매출의 약 37.5%를 차지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 규모를 1000억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전체 시가총액이 약 142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매출 대비로는 상당한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거래다. 아워홈이 보유한 현금자산이 약 12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재무적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상위 5개사가 전체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과점 구도다. 업계 5위인 신세계푸드의 사업 일부를 아워홈이 흡수하게 되면, 중상위권 간 경쟁 지형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단체급식은 식자재 조달 단가, 물류 인프라, 조리인력 고용구조 등 구조적 진입장벽이 높아 대체 인수자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특수 시장으로 평가된다. 이번 거래가 사실상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세계푸드는 자산 매각을 통해 기존 식음료(F&B)사업, 그중에서도 외식(노브랜드버거)과 베이커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세계프라퍼티 재무담당이던 강승협 대표가 신세계푸드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후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피자, 스무디킹 등 부진 브랜드 정리와 수익성 위주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그간 정용진 회장이 노브랜드버거를 중심으로 F&B에 직접 관심을 갖고 챙겨온 만큼, 향후 식음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과정에서 이번 매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계기로 한화가 아워홈을 플랫폼 기반 유통회사로 키우는 중장기 전략을 본격화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단체급식은 매출 규모에 비해 수익률은 낮지만 식자재 유통과 외식, 케이터링, 리테일 등으로 확장 가능한 '진입 관문' 사업으로 여겨진다.
규모의 경제 확보가 관건인 시장에서 아워홈이 몸집을 불리고 디지털 인프라와 그룹 시너지를 결합할 경우, 삼성웰스토리와 CJ프레시웨이 양강 구도에 제3의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사모펀드(PEF)업계 관계자는 "한화호텔 측이 계열사인 한화로보틱스가 보유한 조리자동화 솔루션을 아워홈에 이식할 예정"이라며 "스마트키친, AI 수요예측 등을 도입하면 기존 급식 업체 대비 아워홈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