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 위상↑…협력사 선점이 수주 성패 좌우
국내 일부 증권사는 투자의견 하향 조정하기도…단기 과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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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넥스원은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단기 급등 우려로 회사에 대한 투자의견은 'HOLD(유지)'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다소 다른 분위기다. 수출 확대 가능성과 로보틱스 사업의 마진 개선을 고려해 LIG넥스원에 대한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투자의견도 비중확대를 유지했다.
LIG넥스원은 연결 기준으로 2분기에 매출액 9454억원, 영업익 7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6.3%, 57.9% 증가한 수치지만,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에 지난 8일 LIG넥스원의 주가는 전일 대비 14.93% 급락한 51만3000원에 마감했다.
LIG넥스원이 지난해 인수한 고스트로보틱스(Ghost Robotics)가 발목을 잡았다. 해당 부분에서 14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일회성 손실 충당금 100억~120억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메리츠·미래에셋·다올 등 다수 국내 증권사는 향후 수출과 신사업 모멘텀을 인정하면서도 단기 고평가를 우려해 투자의견을 한 단계 내렸다. 메리츠증권은 LIG넥스원의 주가수익비율이(24.7배) 유럽·국내 평균인 21.5배를 웃돌아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 국내 증권사 연구원은 "LIG넥스원은 2분기 실적이 실망스럽다보니 높아진 밸류에이션을 감당하기에는 다른 방산 업체 대비 메리트가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고스트로보틱스 손실이 컸는데 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률(OPM) 약 10% 수준"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다소 다른 분위기다. LIG넥스원에 대한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을 유지했다. 맥쿼리와 JP모건은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각각 ▲62→67만원 ▲58→69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두 곳 모두 중동향 미사일 방어체계 수출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았다. 현재 실적에 발목을 잡고 있는 로보틱스 사업도 중장기 모멘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JP모건은 M-SAM II 수출 본격화와 2026년부터의 고스트로보틱스 손익 안정화를 핵심 투자포인트로 제시했다. M-SAM III 체계통합업체 선정된 점, 비궁 미사일의 미국 수출 가능성을 향후 성장 모멘텀으로 전망했다. 투자 리스크 요인으로는 ▲수주 지연·취소 가능성 ▲미사일 수출과 관련한 정치·규제 리스크가 지목됐다.
맥쿼리는 LIG넥스원이 해외 수주 확대와 고마진 신사업 진출을 기반으로 장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2026~2027년 본격화될 수출 납품과 고스트로보틱스와의 기술 시너지가 구조적 마진 개선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사일 방어 외에도 무인 수상정,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4족 로봇 등 신규 고마진 분야로의 확장이 실적 성장을 이끌 것이란 설명이다. 투자 리스크로는 ▲미사일 시장 내 경쟁 심화 ▲개발 프로젝트 불확실성에 따른 충당금 발생 가능성이 거론됐다.
방산업계 내 LIG넥스원의 입지는 강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장보고-Ⅱ급 잠수함 성능개량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을 3점차로 제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그 배경에는 LIG넥스원의 소나(SONAR) 기술이 있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간 한화시스템과 경쟁을 벌여온 LIG넥스원이 HD현대중공업과 전략적 동맹을 맺고 독점 공급한 결과란 설명이다.
LIG넥스원은 최근 모건스탠리가 만들어 발표하는 지수는 MSCI지수에도 새로 편입됐다.
업계 관계자는 "LIG넥스원이 소나 기술을 무기로 조선·잠수함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며 "LIG넥스원이 어느 업체와 협력하느냐가 수주 결과를 가른 만큼, 방산기업으로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LIG넥스원은 전일 대비 2.14% 빠진 50만2000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