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자본 킥스 도입 앞두고 선제적 자금 조달
"MBS 발행 없어서 장기물 크레딧 수요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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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기본자본 킥스(K-ICS·지급여력비율) 제도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DB손해보험이 최대 1조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행하는 공모 형태의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이다. 롯데손해보험 콜옵션 미이행으로 보험사 자본성증권에 대한 투심이 위축된 상황 속에서 DB손해보험이 목표액을 확보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만기 30년, 5년 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조건으로 하는 공모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5000억원 발행 계획을 세웠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조원까지 증액 발행할 예정이다.
공모 희망 금리는 밴드 상단 3.8%의 고정 금리 수준을 제시했다. 오는 25일 수요예측, 9월 1일 발행을 목표로 한다. 주관사는 KB증권, 신한투자증권이다.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은 콜옵션 행사일마다 금리가 상승하는 스텝업 조항이 없다. 스텝업 조건이 없는 신종자본증권은 조기상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당 시점의 국고채 금리와 가산금리가 합산된 금리로만 변경이 이뤄진다.
또 이자비용은 기본자본 항목인 이익잉여금에서 차감되는 배당 형태로 지급한다. 만일 배당가능이익 여유가 없을 경우 조달된 자금은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DB손해보험은 기본자본 킥스 제도 도입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기본자본 킥스를 산정할 때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보완자본은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 등만 인정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DB손해보험의 킥스 비율은 204.66%,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74.43%로 나타났다. 또 DB손해보험은 미국 현지 보험사 포르테그라 지분 100%를 인수하기 위해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보험사 인수로 자금 소요가 이뤄질 경우 킥스 비율 하락을 막기 위한 선제적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처음으로 발행하는 스텝업 조항이 없는 신종자본증권으로, 수요예측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올해 상반기 롯데손해보험의 콜옵션 미이행으로 인해 보험사 자본성증권에 대한 투심이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보험법상 차입 한도를 고려할 때 자본성증권 잔여 한도가 크게 줄어들자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들어 자본성증권 리스크를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기관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장기물 투자 수요로 인해 목표액을 채울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콜옵션 조건을 봤을 때 5년 만기를 생각하고 투자할 것"이라며 "최근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이 없어서 장기물 크레딧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라 목표액 조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만일 DB손해보험이 성공적으로 자금 조달을 마칠 경우 비슷한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보험사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등 일부 대형 보험사에 불과하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 가능 이익 여유가 있는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기본자본 확충을 위한 자본성증권 발행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금리 하락 속 보험사 지급여력비율도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